쏘울잇개 “개 물림 사고, VR 교육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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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22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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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학교의 캠퍼스타운은 ‘Hi! 동국, Hello 중구’라는 문구를 내걸면서,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지역의 주민과 기업들에게 ‘상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들은 현재 스타트업 30곳에 창업공간과 맞춤형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지원하는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반려견 인구 천만시대라는 말이 있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반려견 가구는 394만 가구, 인구수로 따지면 901만 명에 달한다. 천만시대라는 말이 그리 과장은 아닌 셈이다.

반려견 인구가 증가하면서 떠오르는 문제도 있다. 개 물림 사고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개 물림 사고는 매년 2천 건 이상 꾸준히 발생했다. 이처럼 개 물림 사고는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예방책에 대한 논의는 보호자에 대한 처벌 및 관리 책임을 강화하거나, 개에게 입마개를 씌우는 데만 그친다. 사고를 일으킨 개를 안락사하기만 하면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여기는 풍조도 있다.

개 물림 사고 예방 교육 콘텐츠를 개발한 쏘울잇개의 최미혜 대표 / 출처=IT동아

개 물림 예방 교육 콘텐츠를 개발한 스타트업 쏘울잇개의 최미혜 대표는 견주의 관리 책임만 강조하거나, 사고가 일어난 후 처벌하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말한다. 낯선 개를 마주쳤을 때, 그 개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같이 사는 생명으로서 서로에 대해 이해한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인식 확산과 적절한 교육이 필요해요.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개 물림 예방 주간’을 따로 두고 정부와 민간 단체들이 나서 캠페인과 교육 활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미국 개 물림 예방 교육 단체인 도그원 세이프(Doggone Safe)의 강사 자격증을 보유하기도 한 최미혜 대표는 이런 해외 단체들의 사례와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실정에 맞는 개 물림 예방 교육 콘텐츠를 개발했다.

어떤 행동이 개를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흥분시키는지 익히고, 이를 피할 수 있는 방어 자세를 익히고 실습해 볼 수 있는 콘텐츠다. 두 손을 모으고 곧게 선 채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는 자세인데 마치 나무가 된 듯 행동한다 하여 ‘비 어 트리(Be a Tree)’ 자세라고 한다. 쏘울잇개에서는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콩나물 자세’라는 말로 옮겼다.

카드게임 형태로 제작한 교육 콘텐츠 / 출처=쏘울잇개

콘텐츠 형태도 그림책, 카드게임, 워크북(학습용 교재),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다. 교육 대상의 연령, 성향 등을 고려하여 흥미를 잃지 않고 놀이처럼 즐기며 학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아이뿐만 아니라 고령자들까지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VR) 콘텐츠까지 개발을 마쳤다. 개 물림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12가지 상황을 VR로 시뮬레이션하며 어떤 행동을 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지 자연스레 익히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의 입장이 되어 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도 이해해 볼 수 있게 했다. 최미혜 대표는 “아이나 노약자들이 개와 안전하게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서로의 몸짓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VR로 제작한 개 물림 예방 교육 콘텐츠를 체험하는 어린이들 모습 / 출처=쏘울잇개

교육 효과 검증도 마쳤다. 교육 콘텐츠 연구 기업을 통해 검증한 결과 80% 이상의 유아가 교육 목적에 맞는 적절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12차례 시범 교육을 시행하며 콘텐츠를 고도화한 결과다.

개 물림 예방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낮은 점은 넘어야 할 장벽이다. 최미혜 대표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 국내에서는 개 물림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가나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이런 교육 사업을 뒷받침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12차례 시범 교육을 시행하며 콘텐츠 고도화와 효과 검증을 마쳤다 / 출처=쏘울잇개

개 물림 사고 예방 콘텐츠로 출발했지만, 쏘울잇개의 사업 영역은 반려견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미혜 대표는 게임 및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로 20년 넘게 일한 콘텐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쏘울잇개의 목표가 콘텐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말한다.

쏘울잇개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개 물림 사고 예방이었다면, 두 번째 프로젝트는 고립청년 문제 해결이다. 고립청년은 정서적, 물리적 고립 상태가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는 상태에 놓인 청년을 말한다. 연고와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없는 이들이다.

쏘울잇개는 이 고립청년들을 대상으로 자가 출판 교육을 진행하는 기획을 준비 중이다. 본격적인 취업 활동에 나서기 전 성취 경험으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수익도 얻게 하는 취지다. 책 제작에는 GPT, 미드저니 등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하고, 출판과 판매에는 아마존의 자가 출판 플랫폼인 KDP(Kindle Direct Publishing)를 활용할 계획이다.

최미혜 쏘울잇개 대표 / 출처=IT동아

최 대표가 고립청년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서울시 청년 허브의 고립청년의 취업 지원 사업이 계기가 됐다. 고립 청년 두 명을 인턴으로 받아들여 함께 일하면서 이들의 변화 과정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최 대표는 “이달로 인턴이 끝나지만 앞으로도 함께 가기로 했다. 이들과 함께 고립 청년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창업한 초기 스타트업이자 예비 사회적 기업인 쏘울잇개가 지금처럼 자리를 잡는 데 있어서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의 도움이 있었다.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은 현재 캠퍼스타운 내 기업부설연구소를 입주 공간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성곽밸리, 정동야행 등 대회와 행사로 쏘울잇개의 프로젝트를 알릴 기회도 꾸준히 제공 중이다.

최 대표는 개 물림 예방 사고, 고립청년 등의 사회 문제 해결에는 정부의 정책 못지않게 쏘울잇개와 같은 예비 사회적 기업 혹은 사회적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관심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쏘울잇개는 모든 생명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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