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환자가 90%… 재발되면 실명-마비 올수도[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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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 척수염

찌르는 듯한 통증, 저림, 시력 저하가 지속되면 시신경척수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찌르는 듯한 통증, 저림, 시력 저하가 지속되면 시신경척수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홍은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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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생소한 ‘시신경 척수염’은 자가면역 희귀질환이다. 시신경과 척수에 자가면역성 염증 반응이 발생하며 나타난다. 발병 부위에 따라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데 시신경에 발병하면 한 쪽 눈, 심한 경우에는 양쪽 눈에 급격한 시력 저하가 발생한다. 척수에 발병하게 되면 양쪽 다리에 운동과 감각 장애 증상을 겪을 수도 있다. 배뇨, 배변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뇌 부위에 급성 뇌병변이 발생하면 구토 중추를 자극해 딸꾹질과 구토를 유발하다가 시신경염이나 척수염으로 급격히 발전하는 사례도 있다. 찌르는 듯한 통증, 저림, 시력 저하, 설명되지 않는 딸꾹질이나 구역, 구토가 지속된다면 시신경척수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시신경 척수염은 간단한 일상생활도 어려워짐은 물론이고 반복적인 재발로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데 한 번의 재발로도 실명이나 마비같은 치명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특징적 증상이 보이면 정확한 검진과 재발 예방을 위한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시신경 척수염 범주 질환의 원인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인터루킨-6(IL-6) 단백질이 조절되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유병률이 높은데 국내는 인구 10만 명당 3.6명 정도로 희귀 질환에 속한다. 특징적인 것은 환자의 90%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생소한 질환인 만큼 질환의 심각성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시신경 척수염은 심각한 증상과 반복적인 재발로 인해 환자는 물론 보호자의 삶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만큼 치명적이다.

많은 환자들이 발병 후 5∼10년 이내에 심각한 시력 상실과 보행 장애를 경험한다. 실제로 62% 환자는 5년 이내에 기능적인 시력 손실, 50% 환자가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의 운동·감각 기능 상실을 겪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외에 일반적인 통증과 피로는 대부분의 환자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신체적 문제는 환자의 정신적,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일을 그만두고 인간 관계를 축소했다고 답했다.

환자의 투병으로 인해 환자 가족들의 삶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환자 가족 24%는 경도에서 중증도의 우울감을 경험하고 59%는 불안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 문제를 겪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간병을 위해 업무 시간을 줄이는 등 간병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신경 척수염은 만성질환인 다발성경화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시신경 척수염을 다발성경화증으로 오진하는 사례가 약 40%나 된다. 다른 원인 없이 지속적인 심한 딸꾹질이나 구토 등이 1∼2주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신경과에 내원해 시신경 척수염 여부를 판단하는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말초 혈액 내 항아쿠아포린-4 항체 검사를 받는 것을 권한다.

시신경 척수염은 80∼90% 환자가 반복적인 재발을 경험할 정도로 재발률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한 번의 재발로도 시력 소실이나 마비와 같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재발이 반복되면 점점 비가역적이고 치명적인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시신경 척수염의 치료는 증상 호전과 재발 예방을 목표로 한다. 급성기 치료로는 정맥 내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만약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질병이 계속되는 경우 혈장교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혈장교환술 시행 후에는 재발 예방을 위한 유지요법을 진행한다.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히는 인터루킨-6 수용체를 표적하고 억제하는 주사제(사트랄리주맙)의 단독요법이나 면역억제제와의 병용요법이 가능하다.

민주홍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은 정확한 진단, 빠른 치료, 재발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유지 요법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한 번의 재발로도 치명적인 장애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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