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등산, 암벽등반, 사이클…몸치가 운동마니아 되기까지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7일 1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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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락 변호사가 골프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신용락 변호사 제공.
신용락 변호사가 골프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신용락 변호사 제공.
‘판사→변호사→미국 골프대학 유학→스포츠 전문 변호사?→변호사….’

심상치 않은 인생 역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운동을 못하는 ‘몸치’에서 운동 마니아로 변화하는 유익한 몸부림이었다. ‘공부벌레’였던 법무법인 원 신용락 변호사(62)가 골프를 시작으로 등산, 암벽등반, 사이클 등을 즐기며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다. 가족력인 간 질환으로 고생했지만 다양한 스포츠를 접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다.

“간 질환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의 영향인지 B형 간염으로 고생했어요. 판사 시설 누적된 피로감에 힘겨워하다 변호사 개업을 했는데 오히려 매일 늦잠을 자는 등 다소 나태한 삶이 이어졌죠. 집사람이 아침마다 ‘제발 동네 한바퀴라도 돌고 오라’고 했지만 쉽지 않았죠. 그 때 친구들 성화에 새벽 골프를 치며 골프 맛을 알았습니다.”

신 변호사는 결국 미국 골프유학까지 다녀오면서 인생이 바뀌게 됐다.

신용락 변호사가 2013년 설악산을 오르다 포즈를 취했다. 신용락 변호사 제공.
신용락 변호사가 2013년 설악산을 오르다 포즈를 취했다. 신용락 변호사 제공.
“1998년 초 변호사 개업해 일하다보니 고민이 많았어요. 정의로운 사람만 대리하는 것도 아니고…. 새천년인 2000년을 앞두고 세상이 확 바뀔 것 같은 희망적인 얘기들이 나오기에 ‘나도 새로운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미국 유학을 생각했죠. 그 때 선배 한분이 책을 보내줬습니다.”

신 변호사는 마크 매코맥의 ‘하버드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이란 책을 읽고 스포츠 전문 변호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매코맥은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나온 변호사로 세계적인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인 IMG를 창설한 인물이다. 신 변호사는 “매코맥은 어떤 일을 하든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코맥은 학창시절 골프 선수로도 활약했고 골프의 전설 아놀드 파머와 친하게 지냈다. 결국 세계적인 스포츠에이전트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국내에 골프 전문 변호사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골프 산업에도 관심이 생겨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희대 골프레저산업 최고위과정을 수료하며 유학준비를 한 뒤 2000년 여름 가족과 함께 미국 샌디에이고로 떠났다. 샌디에이고골프아카데미에서 2년간 골프에만 집중했다. 주 3회 라운드를 포함해 매일 골프를 치면서 골프 지도자자격과 매니지먼트 두 과정을 복수 전공했다. 그 때 운동이 인간에게 주는 가치를 체득하게 됐다.

신용락 변호사가 2020년 11월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를 완주한 뒤 받은 인증서. 신용락 변호사 제공.
신용락 변호사가 2020년 11월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를 완주한 뒤 받은 인증서. 신용락 변호사 제공.
“몸을 움직이니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골프는 격한 신체운동은 아니지만 끝까지 공에만 집중하다보면 세상만사를 잊을 수 있죠. 물론 걸으면서 공을 치다보니 신체 건강도 따라왔죠.”

신 변호사는 골프는 자연친화적인 ‘게임’이라고 했다.

“골프는 자연에 가서 사람들하고 어울리면서 게임을 하는 것으로 놀이에 가깝습니다. 격렬한 운동이라기보다는 정신 수양이죠. 온통 볼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마음을 비우는 게 중요하죠. 공 좀 친 골퍼들이 얘기하죠. ‘힘 빼는 데 3년’이라고.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놓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부담 없이 즐기는 게 더 중요합니다.”

신 변호사는 골프 테크닉은 물론 골프 역사와 경영, 마케팅, 조직관리. 리조트 식음료 관리까지 골프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배우고 돌아왔다. 골프업계에서 하고 싶은 사업 구상도 많이 했지만 아직 한국의 스포츠마케팅시장이 그를 받아줄 여력이 되지 않았다. 레슨 프로로 활동하기도 했고 경기 이천의 뉴스프링빌CC 대표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 변호사의 길을 다시 걸어야 했다. 사법연수원에서 ‘골프회원권 계약’ 등 골프를 강의를 했고, 골프 등 스포츠 관련 법률 대리를 하기도 한다.

“대기업 임원으로 있는 친구가 제 사업 구상에 대해 ‘아직 국내에선 쉽지 않다’며 말렸죠. 사실 국내 스포츠마케팅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았고,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현장이 달랐어요. 그래서 다시 변호사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일에 집중하다보니 몸 관리에 소홀하게 됐다. 그는 “친구가 도와달라고 해서 2005년부터 경기 의정부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함께 운영했는데 힘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운동을 등한시 하다보니 몸이 좋지 않았죠. 2006년 쯤 등산 마니아인 친구가 산에 가자고 해서 따라 다니기 시작했어요”고 했다. 인터넷 산악회 동호인인 친구를 따라 오른 산은 힘들었다. 늘 헐떡거리며 끝에서 맴돌았다. 그해 겨울 눈 쌓인 북한산을 오른 뒤 설산에 빠져 매일 산에 오르다보니 체력이 좋아졌다.

암벽등반을 즐기고 있는 신용락 변호사. 신용락 변호사 제공.
암벽등반을 즐기고 있는 신용락 변호사. 신용락 변호사 제공.
“눈 쌓인 북한산의 장관이 절 사로잡았죠. 그래서 거의 매주, 그리고 시간만 나면 북한산에 올랐어요. 다음해 봄부턴 산 오르는 게 즐거웠고 전국의 명산은 거의 다 올랐죠. 무박이일 산행, 겨울 설산 야영, 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습니다.”

2007년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신용락 변호사. 신용락 변호사 제공.
2007년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신용락 변호사. 신용락 변호사 제공.
그 때쯤 암벽등반에도 빠졌고 인수봉에도 올랐다. 그는 “암벽등반은 버킷리스트에 있었는데 산을 오르다보니 암벽 고수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분들의 도움으로 바로 암벽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등산은 대자연의 품속으로 들어가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힘들지만 목표로 한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신용락 변호사가 2021년 10월 제주도를 자전거 타고 돌다 포즈를 취했다. 신용락 변호사 제공.
신용락 변호사가 2021년 10월 제주도를 자전거 타고 돌다 포즈를 취했다. 신용락 변호사 제공.
신 변호사는 2020년 사이클에 빠져들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과 환갑기념으로 전국 각지 여행을 할 계획이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탓에 틀어지게 되면서 사이클을 타게 된 것이다. 그는 “재택근무하며 유튜브를 보다 자전거로 일본 여행하는 사람을 보면서 ‘그래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이클 전도사를 자청하는 친구 2명의 도움을 받아 타기 시작해 그해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 633km를 완주했다. 신 변호사는 “어릴 적 자전거 탄 경험이 있어서인지 쉽게 탈 수 있었다. 사이클이 이렇게 매력적인지 새롭게 다가왔다”고 했다.

“저도 한 때 4대강 사업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이클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스포츠 시설 하나는 제대로 만들어놨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자전거길, 산책길은 물론 축구장 야구장 등 정말 많은 시설을 만들어 국민들이 언제든 스포츠와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신용락 변호사가 서울 한강공원에서 사이클을 타며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있다. 골프와 등산, 사이클로 건강을 다지는 그는 “투르 드 프랑스 등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에서 1위로 통과하는 선수들과 똑같은 포즈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신용락 변호사가 서울 한강공원에서 사이클을 타며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있다. 골프와 등산, 사이클로 건강을 다지는 그는 “투르 드 프랑스 등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에서 1위로 통과하는 선수들과 똑같은 포즈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사이클은 시간 날 때 바로 탈 수 있어 좋았다. 새벽에 일어나 집 근처 50km, 주말에 100km. 친구들과 만나 경기도 강원도 맛 집을 정해놓고 달려갔다 와도 됐다. 그는 “차가 막힐 땐 사이클 타고 광화문, 서초동, 여의도를 오가며 일한 적도 있다”고 했다. 생활 속의 운동이 가능했다.

‘나이 들면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위 권유에 피트니스센터에 등록을 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탓에 한 때 헬스클럽이 폐쇄되면서 가지 않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개인 PT까지 끊었는데 무용지물이 됐다. 아직은 등산 사이클로 충분하다. 필요하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한 때 73타(핸디 1)를 쳤던 골프실력은 이제 보기플레이어(90대 타수)가 됐지만 사이클을 타는 게 더 즐겁다. 땀 흘린 만큼 심신이 달련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몸 쓰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건강해지면서 피로감도 사라졌다.

“골프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사람도 모아야 되잖아요. 사이클은 혼자서도 탈 수 있어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운동이 시작되죠. 뜻 맞으면 여럿이 함께 할 수도 있죠. 이렇게 좋은 운동이 어디 있을까요?”

신 변호사는 어느 새 사이클 전도사가 돼 있었다.

“사이클은 타다보면 갑자기 아이디어도 샘솟습니다. 그럼 잠시 세우고 메모를 해둡니다. 사이클 타다 SNS로 업무 지시도 하죠. ‘온 바이크’ 근무라고 할까? 심신 건강에 참 좋아요.”

그는 “이제 진짜 100살까지 사는 시대가 됐어요. 은퇴하고도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뭐든 해야 합니다. 그럼 건강해야 하죠. 운동이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운동으로 찾은 건강으로 새 인생도 개척할 수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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