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가스전 불꽃 꺼졌는데… 자원 탐사마저 끊긴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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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가스전 천연가스 지난해 고갈, ‘방어구조’ 시추는 두 달 만에 중단
국내 해역 시추공 동해에만 집중돼… 광구 훨씬 넓은 서해-남해 무관심
중국은 인접해역 자원 탐사서 성과… 전문가 “우리도 적극 탐사 나서야”

울산 남동쪽 58km 지점에 있는 동해 가스전이 지난해 12월 천연가스 고갈로 생산을 중단했다. 현재 국내에 석유자원을 생산하는 시설은 전혀 없다. 전문가들은 동해 이외 해역에서도 적극적인 석유자원 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울산 남동쪽 58km 지점에 있는 동해 가스전이 지난해 12월 천연가스 고갈로 생산을 중단했다. 현재 국내에 석유자원을 생산하는 시설은 전혀 없다. 전문가들은 동해 이외 해역에서도 적극적인 석유자원 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국내 유일의 석유자원 생산 시설이던 동해 가스전의 불꽃이 꺼졌다.

울산에서 남동쪽으로 58km 떨어진 해역에 자리한 동해 가스전은 1998년 처음 발견된 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원유 4800만 배럴에 해당하는 양의 천연가스를 생산하며 한국을 산유국 반열에 올렸다. 수입 대체 효과만 2조7000억 원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급격히 고갈되더니 지난해 끝내 가동을 멈췄다. 한국은 새 가스전을 찾아나서야 할 형편이지만 최근 10년간 이를 위한 시추는 3차례에 그쳤다. 지질과 자원 분야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의 석유자원 개발을 위해 더 적극적인 탐사와 시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상 고압대 만나 멈춘 마지막 시추

한반도 주변 대륙붕에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일본과 중국의 물밑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8일 해양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서해 잠정조치수역에서는 중국이 설치한 시추 시설이 발견됐다. 앞서 1월에는 일본의 자원개발 기업 인펙스가 동해에서 해양가스전 시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이 주변 연안에서 가스전 시추 작업에 나선 건 1990년 이후 30여 년 만이다.

한국석유공사도 지난해 6월 동해 가스전에서 북동쪽으로 44km 떨어진 ‘방어구조’에서 시추를 추진했다. 방어구조는 기름진 방어처럼 많은 석유자원을 품고 있길 바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과학계에서는 사전 탐사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원유로 환산하면 약 7억 배럴에 이르는 가스가 이 해역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해 가스전의 15배에 이르는 자원량이다.

하지만 해저에서 내부 압력이 과도하게 높은 지층인 이상 고압대가 발견되면서 시추는 두 달여 만에 중단됐다. 이상 고압대를 잘못 건드리면 자칫 통제 수준을 넘어서는 폭발적 분출 현상인 ‘블로아웃’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방어구조를 시추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이상 고압대 압력이 예상치를 훨씬 넘어서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며 “시추를 곧장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시추가 중단된 뒤 동해와 남해 다른 해역에서 탐사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당분간 시추는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가스전 적극 개발해 경험과 연구 자료 쌓아야

지난해 말 현재 국내 해역에 설치한 시추공은 동해에 27개, 서해와 남해에는 각각 6개, 15개다. 2013년 이후 최근 10년간 동해에는 3개 시추공이 추가됐지만 서해와 남해에서는 시추가 한 번도 추진되지 않았다.

반면 전체 광구의 면적은 동해가 가장 좁다. 동해의 광구 면적은 2만1398m²로 서해 광구 면적인 11만6795m²의 18% 수준이다. 일본과의 공동탐사구역(JDZ)을 제외한 남해 광구 면적 8만6792m²에도 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새 가스전을 찾으려면 적극적인 탐사와 시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동해보다 별로 주목받지 못한 서해와 남해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동해에 집중하는 사이 서해와 남해에서 여러 건의 탐사 실적을 거뒀다. 중국은 남해와 대륙붕을 공유하는 동중국해에서 이미 핑후, 샤오 가스전을 운영 중이고 최근 서해와 맞붙은 장수분지에서 경제성이 있는 유가스전(원유와 천연가스가 함께 생산되는 지역)을 찾았다. 이창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우리 서해와 남해에서도 충분히 경제성 있는 유가스전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해와 남해에서 발견된 중국의 유가스전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이유로 주목하지 않아 왔다. 반면 중국은 지금도 동중국해에서 탐사 시추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던 2020년 한 해에만 자국 연안에 탐사시추공 17개를 추가했고 이 중 4개는 동중국해에 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한국도 다시 자원 탐사에 적극적 자세를 가지고 서해와 남해 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추로 확보한 지질 정보는 자원 매장량을 예측하는 데 귀한 정보로 사용된다. 유가스전 탐사는 해당 지역의 형성 과정과 퇴적층 분포가 석유자원이 만들어지고 저장될 수 있는 조건인지 찾는 지질 연구를 통해 완성된다. 최윤석 지질연 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장은 “해저 자원은 주변국과의 해양 경계 획정, 에너지 안보와도 관계가 깊은 만큼 적극적인 자세로 탐사와 시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철 동아사이언스 기자 alwaysame@donga.com
#동해 가스전#천연가스 고갈#멈춘 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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