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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전문가 칼럼]유해물질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통합 위해성 평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입력 2022-01-27 03:00업데이트 2022-0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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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고대 로마인들은 납의 유해성을 잘 모른 채 가공하기 쉽다는 이유로 많이 사용했다. 납 수도관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고, 납 그릇을 사용하며, 심지어 납을 먹기까지 했다. 납에 중독되면 신경계의 이상으로 통풍, 정신장애 등이 생길 수 있고 생식기능 이상으로 불임, 유산, 영아사망률이 높아진다. 로마가 멸망한 원인 중 하나가 납중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현대사회에도 중금속, 환경호르몬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존재한다. 신기술과 신소재로부터 새로운 화학물질도 생긴다. 가소제나 보존료처럼 제품 제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쓰이는 화학물질도 있다. 유해물질은 다양한 제품은 물론이고 공기나 물 등 자연환경 속에도 존재한다. 유해물질은 오염된 대기, 토양 등을 거쳐 생태계 먹이사슬을 지나 축적되면서 식품 등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기도 한다.

유해물질은 미량이라도 몸에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암 같은 심각한 질병까지 일으킬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동안 식품위생법, 화장품법 등에 따라 제품군별로 유해물질의 위해성을 평가해 왔다. 제품군마다 다른 법령으로 평가하다 보니 다양한 제품의 유해물질이 우리 몸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또 위해성을 평가한 제품군 위주로 안전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 이하로 유해물질이 검출되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왔다. 이로 인해 제품 안전 관리에 사각지대가 생기기도 했다.

‘통합 위해성 평가’는 다양한 제품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는 유해물질이 종합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하는 제도다. 제품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유해물질 관리 체계를 전환하는 것이다. 28일부터 시행되는 ‘인체적용제품의 위해성평가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통합 위해성 평가가 이뤄지면 우선 유해물질 함량이 높은 제품군을 알 수 있게 된다. 또 우리 몸에 들어와도 유해하지 않은 유해물질의 총량을 정해 섭취량과 사용량이 많은 제품군을 중심으로 총량이 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다. 위해성 평가가 끝나기 전이라도 예방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해당 제품의 생산 및 판매 등을 일시 금지할 수도 있다. 평가 대상도 기존의 식품, 화장품에서 의약품, 위생용품, 의료기기 등 식약처 소관의 전체 제품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국민 건강 보호라는 본질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위해성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 협력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식약처는 국민 다소비 제품에 포함돼 위해성 평가가 시급한 유해물질 위주로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공개할 계획이다. 또 소비자단체나 5명 이상의 국민이 식약처에 평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우리는 이제 사람 중심의 위해성 평가로 전환하는 출발점에 섰다. 식약처는 통합 위해성 평가 제도가 안착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유해물질로부터 더욱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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