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 이후 과학계에서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늘면서 치명적인 감염병이 등장했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처럼 광범위한 분석을 통해 궁극적인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는 증거가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기원을 찾기 위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한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이 처음 집단감염이 발생한 우한의 수산물시장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고 6일 밝혀 감염 경로 규명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구진은 이들 지역의 최근 100년간 온도와 강수량, 구름의 양, 일사량, 이산화탄소 농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생의 변화를 지도로 만들었다. 중국 남부와 미얀마, 라오스 지역은 한 세기 전만 해도 열대 관목수림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박쥐가 서식지로 애용하는 열대 사바나와 낙엽수림으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1900년대 초반 박쥐 종의 전 세계 분포와 현재 박쥐 종의 분포를 분석했다. 최근 100년간 40종의 박쥐가 중국 남부와 인접한 라오스, 미얀마 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박쥐들이 보유한 코로나바이러스 종류도 100종 이상인 것으로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에 분포한 박쥐 개체군이 약 3000종의 서로 다른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쥐 한 종으로 따지면 평균 2.7종의 코로나바이러스를 몸에 품고 있다.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몸에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핵심 숙주로 지목된다. 감염병 학자들은 특정 지역에 갑자기 박쥐 종이 늘어나면 사람이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로버트 바이어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바뀌면서 일부 박쥐가 바이러스를 보유한 채 이동했다”며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지역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바이어 연구원은 또 “최근 박쥐 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중국 남부 지역은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지목된 천산갑의 주요 서식지와 일치한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감염병이자 2002년 창궐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도 중국 남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바이러스성 감염병 발생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앤드리아 매니카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며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노력이 앞으로 다른 감염병 위협을 줄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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