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인삼 종주국의 정신은 사상 최장 장마에도 잠기지 않는다”

  • 동아일보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
54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의 기록적인 장마가 끝이 났다. 예년에 비해 많은 양의 비가 쏟아져 전국적으로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건물과 자동차가 빗물에 잠기고 가정집과 영업장에 물이 들어차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국민들의 시름이 더 깊어졌다.

농업 분야의 피해도 극심하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장마로 인한 농업 분야의 피해 규모는 총 2만9281ha에 달하며 그중 농경지 침수 피해가 가장 크다. 질 좋은 농산물은 농민의 피땀 어린 노력과 땅의 기운, 비바람, 햇빛 등 자연의 조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기상이변처럼 균형이 무너지면 농민의 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 물에 잠긴 논밭을 바라보며 비탄에 잠겨있을 농민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인삼 농가도 타격이 만만치 않게 크다. 인삼은 작물 특성상 동일 장소에서 장기간 재배되는 다년생 작물로 기상이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6년근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토양 관리부터 재배기간까지 약 8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노력과 함께 인삼 종주국으로서 오랜 재배 노하우, 그리고 한반도의 알맞은 기후가 맞아떨어져 세계 최고 품질의 인삼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인삼은 뿌리가 3시간만 침수돼 있어도 썩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폭우가 쏟아지면 정성 들여 키운 인삼은 더 이상 상품화할 수 없다. 4년 또는 6년근 수확을 계획 중이라 하더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덜 자란 인삼을 캐내야 한다. 더군다나 물에 잠긴 2년근은 상품 가치보다 인건비가 더 들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 농민들의 수년간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빗줄기의 야속함을 그저 하늘에 토로할 뿐이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이번 피해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은 농민들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인삼 재배 종사자들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른 농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시간과 많은 작업이 요구되기 때문에 오랜 재배기간 동안 기상이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초조하게 인삼을 기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작물을 선택하는 농민들이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고려인삼은 인삼 종주국으로서 그 효능과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면역력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인삼의 면역력 효능을 증명하는 다양한 연구와 결과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인삼이 일상 식재료로 다양하게 활용되며 최근 각광받는 농산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꿋꿋이 제자리를 지키며 질 좋은 인삼을 길러내기 위한 농민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긴 장마가 물러가고 연일 폭염이 기세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복구 작업을 위해 애쓰는 농가의 구슬땀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힘써야 한다. 우선 정부는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농가의 신속한 복구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 같은 혼란과 불안 속에서도 우리 농민들은 서로 응원하며 건강하게 이겨내야 한다. 필자 역시 농가 소득과 경영 안정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이 인삼 종주국으로서 세계적인 위상과 품격을 높이기 위해 고려인삼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 주길 부탁드린다.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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