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전쟁’ 끝나지 않는 총성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0-07-13 09:00수정 2020-07-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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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美 소송서 메디톡스 승기
대웅제약, 오는 11월 최종판결 역전 기대
메디톡스 ‘메디톡신’ 안전성 도마 위에
메디톡신 소비자 불신 증폭
메디톡스 추가 공익신고 이어져
톡신시장 진입장벽 높아질 전망
국산 ‘보톡스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보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말한다. ‘보톡스 주사’로 불리는 의약품이다. 주름개선을 위한 미용 용도와 근육경직 치료용으로 사용된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타깃 시장이 다르지만 모두 흔히 알려진 보톡스 의약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업체다. 수년 동안 보톡스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각각 ‘메디톡신’과 ‘나보타’를 보유하고 있다.

○ 美 예비판결서 승기 잡은 메디톡스… 국내 상황은 ‘첩첩산중’

두 업체의 전쟁은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원료인 ‘균주’ 출처를 두고 시작됐다. 국내에서 시작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대결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 건너가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으로까지 번진 상황.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균주를 훔쳐갔다고 주장했고 대웅제약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라고 반박했다. 균주 출처를 가려내기 위해 메디톡스는 작년 1월 엘러간(메디톡스 미국 파트너업체, 현 애브비)과 함께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대웅제약 미국 파트너업체)를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일부를 도용했다’는 혐의로 미국ITC에 제소했다. ITC는 1년 이상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포함한 전문가 검증을 거쳤고 올해 2월 증거심리를 위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7일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 나보타(현지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경쟁의 결과물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나보타에 대한 10년 수입금지가 권고됐다. 오는 11월 최종판결에 따라 대웅제약은 미래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예비판결은 권고 조치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지만 그동안 나보타 미국 진출에 쏟아 부은 노력을 생각하면 심리적인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모았던 첫 번째 ITC 판결은 메디톡스가 원했던 방향으로 향한 모습이다.
대웅제약 나보타(현지명 주보)
미국(ITC)에서 승기를 잡은 메디톡스의 경우 국내 상황이 녹록치 않다. 공익신고인 제보로 3개 품목이 허가 취소 및 회수 조치 당한데 이어 공익신고인 추가 제보가 지속될 조짐이다. 여기에 소비자를 중심으로 집단소송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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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는 ITC 예비결정에 앞서 주력 제품이 식품의약국안전처(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허가받지 않은 원액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고 서류를 허위로 기재했다는 이유에서다. 메디톡스 메디톡신 3종(50·100·150단위)이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200단위 제품은 품목허가 취소 대상에서 빠졌지만 메디톡신은 지난해 메디톡스 전체 매출(2059억 원)의 40% 넘는 매출 868억 원을 기록한 주력 제품으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메디톡스는 법원에 품목허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9일 대전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해당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메디톡신 3종은 국내 유통이 잠정 중단됐다. 품목허가는 취소됐지만 안전성 우려는 없다고 식약처는 전했다. 의약품 사용현황 등을 종합한 중앙약사심의 자문 결과 해당 제품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 메디톡스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발단은 공익신고

이런 상황에서 메디톡신 허가 취소의 발단이 된 공익신고가 다시 한 번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메디톡스 메디톡신 허가취소는 공익신고인의 제보 및 신고로 시작됐다. 지난해 5월 공익신고인이 대리인인 법무법인 제현을 통해 메디톡스의 제조 및 품질 자료 조작에 대한 공익신고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접수했다. 이후 관계당국 이첩과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강제 수사를 통해 메디톡스 대표이사와 공장장을 약사법 위반과 공무집행 방해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보톡스 주사 제품인 메디톡신은 작년 10월 품질 부적합 사유로 회수 명령이 시작돼 지난달 25일 최종적으로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가 취소된 것이다.

공익신고 당시 대리인인 법무법인 제현은 “메디톡스가 메디톡신 허가를 받을 때부터 안정성시험결과 등을 조작해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았고 원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허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고 역가를 조작해왔다”고 발표했다.

○ 품목허가 취소에도 추가 공익신고… ‘안전성 우려’ 언급

메디톡신 품목허가가 취소한 이후에도 공익신고는 이어졌다. 공익신고인은 지난 1일 품목허가 취소 등 처분에 대한 추가 입장을 내놨다. 이번에는 허가 취소와 관련해 메디톡스가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사실을 축소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소시효 완성으로 기소되지 않은 조사와 다른 제품인 이노톡스 허가 과정에서 있었던 자료조작 등 다른 위법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하는 추가 공익신고서를 지난달 30일 권익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익신고인은 메디톡스가 품목허가 취소와 관련해 위법행위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 기간 생산된 메디톡신 제품만 해당된다고 주장한 내용이 사실을 축소·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법행위가 일정 기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허위 허가자료 제출부터 시작해 이후의 국가출하승인 자료 조작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메디톡신 뿐 아니라 차세대 제품으로 여겨지는 이노톡스에도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 이노톡스
법무법인 제현은 “공익신고인은 검찰이 공소시효 완성 등을 이유로 공소장에 포함하지 않았던 메디톡신 허가과정에서 있었던 위법사항과 이노톡스 허가 및 생산과정에서 있었던 위법사항 등에 대한 조사를 예상하고 관계당국에 적극 협조할 준비를 했다”며 “하지만 관계당국이 자체적인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소극적 태도만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안전성 문제도 언급해 논란이 예상된다. 식약처는 지난달 메디톡신 허가 취소와 관련해 안전성 우려는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익신고인은 메디톡스가 사실을 축소·왜곡하면서 국민 건강과 안전이 보장받지 못할 수 있겠다는 우려에 권익위에 추가 공익신고를 접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보톡스 주사 관리와 관련해 생화학무기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공익신고인은 “메디톡스가 생산한 메디톡신 사용에 따른 부작용 의심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며 “부작용 의심 사례를 적절한 시기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톡스 시술 후 부작용 증상이라며 한 블로거가 게재한 사진. 출처=네이버 블로그 ‘다올지음’
○ 공익신고인 언급한 메디톡신 부작용 사례 확인해보니

공익신고인 측이 언급한 부작용 의심 사례는 인터넷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작성자는 근육 강직으로 인해 메디톡신 200단위를 시술받은 아이의 엄마다. 메디톡신 200단위는 이번 식약처 품목허가 취소 대상에서 제외된 제품이다. 작성자인 아이 엄마는 시술 후 3일째부터 두드러기가 생겨 응급실에 다녀왔고 두 달이 지난 시점부터 의심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온몸 두드러기와 안검하수처럼 눈 근육이 풀어져 눈꺼풀이 내려오는 증상, 움직임이 느려지고 사지에 힘이 없이 쳐지는 권태, 나른함 등을 주요 증상으로 꼽았다.

이후 약 3개월 동안 증상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했고 빈도가 줄어들면서 증상이 사라졌다고 했다. 또한 당시 아이 근육이 줄어들어 서있기 힘든 상태가 됐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시술한 의사는 알레르기 반응일 수 있다고 피부과에 연계했고 피부과 의사는 보톡스 시술 부작용을 의심했지만 시술 의사는 부작용을 부인했다고 한다.

작성자는 “아이에게 근육무력증이 와서 주저앉을까봐 마음을 졸이는 상황에서 아는 것이 없고 의사는 (부작용을) 부정하고 시술 후 메디톡신 관련 고발 뉴스까지 보도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보톡스 시술 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진 등을 자세히 올렸다”고 말했다.
○ 메디톡스 “일반적으로 이상반응과 고시되지 않은 부작용은 구분 필요”

메디톡스 측은 아직 공익신고인 측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답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메디톡스 관계자는 “공익신고인 측이 말한 부작용 의심 사례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내용이 없지만 해당 내용이 공개되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며 “다만 일반적으로 의약품 사용과 관련해 고시한 ‘이상반응’과 고시하지 않은 증상을 구분할 필요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관련 내용이 정확하게 나온 것이 없어 현 상황에서 공익신고인 측 주장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은 없다”며 “내용이 공개되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급격한 근력 쇠약과 원기 상실, 목쉼, 언어장애, 말더듬증, 방광통제상실, 호흡곤란, 삼킴곤란, 복시, 흐린 시야와 눈꺼풀 처짐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이 같은 부작용을 사용상 주의사항에 이상반응이라는 내용으로 추가했다고 했다. 또한 실제로 독소가 퍼져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을 의약품 전문가 주의사항에 추가 기재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한 전문의에게 이상반응과 부작용에 대해 문의했다. 해당 전문의는 “기대와 다른 모든 증상을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상반응 역시 부작용으로 볼 수 있고 이미 고시한 이상반응이 나온다고 해서 그것이 부작용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전쟁이 시장 재편과 변화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ITC의 이번 판결은 균주 출처와 관련해 미국시장 진입장벽을 더욱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도 보톡스 시장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달 4일부터 톡신의 신고의무만 있었던 균주등록제도가 허가제로 변경됐다. 그동안 국내 톡신시장 진입장벽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았다는 이유에서다. 신규등록업체 뿐 아니라 시장에 진입한 업체들도 허가제가 소급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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