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던 그 ★ 빛을 잃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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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기 8위 ‘베텔게우스’ 20위 밖으로… 일부 학자 “초신성 폭발 전조 증상”
천문학계 “원인 불분명, 섣부른 판단”

아주 밝게 빛나는 별 중 하나였던 ‘베텔게우스’가 급격히 빛을 잃고 있다. 오리온자리 왼쪽 윗자리에 있는 이 별은 원래는 밤하늘에서 8번째로 밝은 별이었다. 그런데 이 별의 겉보기 등급(밝기)이 최근 3개월 동안 1.5등급 이하로 추락하더니 20위 밖으로 밀려났다. 천문학자들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베텔게우스가 곧 폭발하면서 초신성(수명을 다하고 마지막 순간 폭발하면서 일시적으로 매우 밝게 빛나는 별)이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베텔게우스는 지구로부터 약 640광년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별로 우리 은하에 속해 있다. 베텔게우스는 태양 질량의 10배지만 부피는 800배에 달하는 적색거성에 해당한다. 태양 자리에 놓으면 목성까지 삼키는 크기다. 평소 붉은색을 띠는 이 별은 겉보기 밝기가 0.2등급에서 1.2등급까지 변화하는 ‘변광성’으로 겨울에 흔히 보이는 별 중 하나다.

천문학계에 따르면 베텔게우스는 지난해 10월 이후 점차 빛을 잃고 있다. 변광성이라 짧게는 14개월, 길게는 6년 주기로 밝기가 바뀌지만 다시 밝아져야 할 시점임에도 계속 어두워지고 있다. 베텔게우스는 항성(별)의 대기가 불안정해 내부 물질이 안팎을 오간다. 그 결과로 밝았다 어두웠다를 반복한다.

일부 학자들은 이런 변화가 초신성 폭발로 이어지는 전조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별은 수소를 헬륨으로 핵융합하며 빛나는데 질량이 큰 별은 죽음에 이르는 속도가 빠르다. 질량이 클수록 중심 온도가 높아 수소를 빠르게 소진하기 때문이다. 수소가 고갈되면 별의 중심은 중력의 영향으로 수축하고 바깥쪽은 팽창하는 적색거성이 된다. 베텔게우스는 이 단계에 있다. 적색거성은 중심이 붕괴해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바뀌고 다음 단계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방출하는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

하지만 학자들은 별의 밝기가 변하는 원인이 여러 가지여서 섣부른 예측은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다. 윤성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베텔게우스의 밝기 변화는 원래 특별한 규칙이 없어 완벽히 들어맞지는 않는다”며 “대기 난류가 격렬해서 태양에 흑점이 생기듯 많은 흑점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텔게우스 주위에는 별이 커가는 과정에서 별을 탈출한 물질이 퍼져 있는데 이 물질이 별을 가렸다는 추측도 있다. 태양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초신성 폭발은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베텔게우스는 폭발해도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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