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크리에이터의 썰] 이제 키즈 크리에이터는 망했다?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월 13일 1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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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월 7일부터 유튜브가 아동용 콘텐츠에 대해 새로운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필자는, 두 아이와 함께 유튜브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유튜브 정책 변경에 따른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한가지 짚고 가야 하는 것이 있다. 이번 유튜브 키즈 정책 변경은 국내에서 주목받은 '보람튜브' 사건 때문에 시행된 것이 아니다. 유튜브는 아동 및 아동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기한 우려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정책 변경을 시행했다.

앞으로 유튜브는 인공지능 기술 머신러닝을 사용해 아동용 콘텐츠를 식별하고, 자동으로 콘텐츠 시청자 층을 구분한다. 그리고 아동용으로 지정된 콘텐츠 혹은 채널에는 더 이상 개인 맞춤광고를 제공하지 않으며, 댓글, 스토리, 실시간 채팅, 알림 설정 등 일부 기능도 제한한다. 때문에 아동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키즈 크리에이터는 구글을 통해 더 이상 돈을 많이 벌 수 없고, 인기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 유튜브 고객센터에 나온 아동용 콘텐츠 및 채널의 조치, 출처: 송태민 키즈 크리에이터 >
< 유튜브 고객센터에 나온 아동용 콘텐츠 및 채널의 조치, 출처: 송태민 키즈 크리에이터 >

유튜브 고객센터에 나온 조치사항을 보면, (키즈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사실상 운영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운영자와 구독자 사이의 소통 창구가 모조리 막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이에 키즈 크리에이터가 구글 정책 시행에 대응하고 있는 방법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해 살펴봤다.

변화하고 있는 키즈 크리에이터

첫번째, 아동 타겟에서 성인 타겟으로 채널 성격을 바꾼다.
채널 성격을 변경하는 방법이다. 기 운영 중인 채널 중 일부를 성인들이 보는 콘텐츠로 대체하거나 유튜브 정책이 허용하는 아동용 게임 플레이 등으로 주제를 바꾸는 것이다.

사실 필자도 운영 중인 '루루체체TV' 채널을 '루루체체 게임즈'라는 이름으로 변경하며, 기존에 해왔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 콘텐츠가 아닌 모바일 게임 플레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또한, 아빠는 목소리 정도만 출연했지만, 이제 직접 출연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빠 혼자서 콘텐츠를 찍으며 타겟 변경을 꿈꿨다.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여러 키즈 크리에이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채널 이름과 콘텐츠를 변경한지 약 3개월이 지났다. 다행히 조회수와 구독자 수는 조금씩 늘어났다. 간혹 아이와 함께 출연했기 때문인지 길거리에서 중학생들이 알아보는 일도 생겼다.

유튜브 관계자는 키즈 콘텐츠에서 게임 콘텐츠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문의에 "게임을 하더라도 아이가 게임하면, 그것은 아동용이 될 수 있다"라고 답변한다. 즉, 아이만 출연하면 안된다. 부모 출연이 필수이며, (게임 콘텐츠라도) 아이 중심이 아닌 어른 중심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채널 성격을 한번에 바꾸는 것은 크리에이터에게 금지된 부분 중 하나다. 구독자 층이 완전 달라지면서 소위 망하는 채널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아동용으로 설정된 영상은 제목 아래 'YouTube Kids 사용해 보기' 버튼이 나타난다 >(출처=IT동아)
< 아동용으로 설정된 영상은 제목 아래 'YouTube Kids 사용해 보기' 버튼이 나타난다 >(출처=IT동아)

두번째, 부모가 함께 출연한다.
채널 성격을 변경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갑자기 부모 출연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보통 키즈 채널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패밀리 크리에이터다. 때문에 종종 부모의 목소리가 노출되고,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다만, 당시에는 '어쩌다 가끔'인 수준이었다.

이제는 아예 매 영상마다 출연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키즈 정책 변화로 경고를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정책 변경으로 아동용 자동 검출 기능을 강화했다. '키즈 콘텐츠이지만, 가끔 어른이 출연한다'라는 '눈 가리고 아웅'식 대처는 이제 어렵다. 어른의 출연 유무가 아니라, 채널의 타겟이 누구인지, 누구를 위한 콘텐츠인지를 다시 한번 정립해야 한다.

< 어른인 아빠가 메인으로 출연하는 모습, 출처: 송태민 키즈 크리에이터 >
< 어른인 아빠가 메인으로 출연하는 모습, 출처: 송태민 키즈 크리에이터 >

세번째, 신규 채널을 만든다.
이제까지 운영한 키즈 채널은 어쩔 수 없다고 판단, 별도의 신규 채널을 만들기 시작한다. 신규 채널은 부모만 등장하거나, 애완동물을 촬영하는 등 기존 키즈 콘텐츠의 팬심을 활용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기존 구독자의 거부감이 적은 콘텐츠를 촬영하는 방법이다.

루루체체TV의 경우, 루루체체 게임즈라는 이름으로 변경하면서 기존에 하던 일상, 장난감 리뷰 등을 더 이상 촬영하지 않았다. 그러자 기존 구독자들이 댓글로 원래 촬영하던 영상을 올려 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이에 '루루체체 쏭자매'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새로 만들고, 기존 루루체체TV 콘텐츠 17개를 올렸다. 이후, 며칠만에 구독자는 약 5,000명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 기존 루루체체TV와 유사한 신규 채널 '루루체체 쏭자매' >(출처=IT동아)
< 기존 루루체체TV와 유사한 신규 채널 '루루체체 쏭자매' >(출처=IT동아)

성인이 운영하던 키즈 채널도 변화하고 있다. 아무리 성인만 출연하는 채널이라도 아동용 콘텐츠만 제작한다면, 키즈 정책 변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이러한 채널들도 신규 채널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익은 어떻게?

키즈 크리에이터의 수익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 유튜브 광고 수익이다.

유튜브 광고 수익은 보통 시청 1회당 1원으로 설명하지만, 채널, 콘텐츠, 시청하는 지역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정책 변경은 이제 막 시작되었기 때문에 광고 수익의 변화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키즈 타겟 광고의 경우 다른 타겟 광고와 비교해 광고수익이 높았던 만큼, 수익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두번째, 브랜디드 수익이다.

초등학생 이상이 출연하는 채널은 광고 수익 이외에도 협찬, 브랜디드 등으로 부가 수익을 얻는다. 이 부분은 키즈 정책 변경과 크게 상관없다. 다만, 콘텐츠 노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브랜디드 수익은 구독자 수에 따라 다를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구독자 수라는 수치보다 채널 인지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크리에이터는 구독자 수를 늘리기 보다,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 가장 기본은 노출도다. 수많은 유튜브 사용자에게 어떻게 하면 노출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이번 정책 변경으로 키즈 크리에이터의 노출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즉, 브랜디드 수익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키즈 크리에이터, 돈을 바라고 시작하셨습니까?

유튜브의 키즈 정책 변화는 기존 형성되었던 키즈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수익 감소는 사실 부가적인 이유다. 키즈 채널을 운영하던 크리에이터들이 채널 성격을 바꾸고, 새로운 콘텐츠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수익을 따져가며, 채널 성격을 바꾸고, 신규 채널을 생성하고… 아쉽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키즈 콘텐츠는 수익을 쫓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돈을 바라는 부모의 욕심은 채널을 파괴하고, 아이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튜브 키즈 정책 변경의 핵심을 광고 수익 감소, 브랜디드 수익 감소 등 '돈'만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송태민 키즈 크리에이터
루루체체 아빠.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신사업기획을 담당하다 육아 휴직 후 복귀, 두 딸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과거 웹 디자이너로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해 IoT 스타트업을 창업한 바 있다.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인 그는 스스로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한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 집필, 음반 40장(음원 약 160곡)을 발표하는 등 많은 이에게 노하우를 공유하며 함께 즐기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키즈 크리에이터 송태민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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