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인 뇌 지도 완성… 치매 예측 쉬워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03시 00분


조선대 연구단, 1000명 MRI 분석
연령대별 표준 뇌 지도 만들어… 유전자-혈액 검사와 함께 활용
“치매 발병 최소 30% 줄어들것”

올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치매에 걸릴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치매 진단 예측 기술이 국내 처음으로 개발됐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은 4일 “한국인의 유전자와 뇌 구조의 특성을 반영한 유전자 검사와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만든 뇌 지도를 통해 치매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2014년 7월부터 3년의 연구 끝에 치매 예측 진단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한국인 표준 뇌 지도’ 작성에 성공했다. 뇌 지도는 65세 이상 남녀 1000여 명의 뇌 MRI를 토대로 연령별 각 뇌 부분의 변형(위축) 정도를 정밀 측정해 만들었다. 또 진단 대상자의 뇌 영상과 해당 연령대의 한국인 표준 뇌 지도를 비교해 특정 부위의 축소 또는 확대가 기준치를 벗어나면 치매 발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영상 분석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나이가 들면서 해마(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부분)나 대뇌피질(인지 기능과 기억을 저장하는 부위) 등 뇌의 각 부분은 부피가 줄거나 변형되는 등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을 겪는다. 연구단은 치매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특정 뇌 부위에서 이런 변화 폭이 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단은 의료진의 경험과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검사자의 뇌 영상 정보가 입력되면 연령대 표본 뇌 지도와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대, 조선대, 인하대, 전남대 병원 등에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해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을 도울 예정이다.

연구단은 또 치매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APOE4 유전자 동형접합형이 한국인에게는 세계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인의 약 20%가 이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단은 이 같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치매 발병 위험군을 구분해낸 뒤 혈액 검사와 뇌 MRI를 통한 단계적 검사를 하면 지금보다 최소 30% 이상 치매 환자를 줄이고 연간 10조 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연구단은 치매 예측기술 개발 연구 결과를 미래창조과학부에 공식 보고하고 국제학계에 발표할 예정이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 이건호 단장(조선대 의생명과학과 교수)은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호남 지역 특성과 꾸준히 진행된 기존 연구가 있어 빠른 시간 안에 치매 예측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건강보험 적용이나 치료제 개발 등 다방면의 후속 과제를 함께 잘 풀어나가야 치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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