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에 ‘청신호’ 들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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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진 ‘內耳 조직’ 배양 성공… 청각질환 치료법 조만간 나올듯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진은 인간의 내이(內耳)를 오가노이드(실험용 초소형 인체기관) 형태로 만들어 발표했다. 푸른색은 청각세포, 노란색은 균형감각 신경, 보라색은 신경 연결에 관여하는 항체를 나타낸다. 칼 콜러 제공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진은 인간의 내이(內耳)를 오가노이드(실험용 초소형 인체기관) 형태로 만들어 발표했다. 푸른색은 청각세포, 노란색은 균형감각 신경, 보라색은 신경 연결에 관여하는 항체를 나타낸다. 칼 콜러 제공
선천적으로 혹은 사고나 질병으로 청각을 잃은 사람은 현대의학으로도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신경 자체가 손상돼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청각신경을 인공 배양할 수 있는 방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 의대 두경부외과 전문의 칼 콜러 박사팀은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내이(內耳)’ 조직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네이처 생명공학(Nature Biotechnology) 1일자에 소개했다.

연구진은 성체 세포를 분화 전 상태로 되돌려 어떤 인체조직으로도 바꿀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내이 조직을 오가노이드(organoid) 형태로 만들었다. 오가노이드는 실험용으로 배양하는 초소형 생체기관으로, 실제 장기와 기능이 흡사하기 때문에 각종 신약 실험 등에 이용할 수 있다. 훼손되거나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기관에 오가노이드를 이식하면 상태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아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인디애나대 연구진은 줄기세포를 공중에 띄워 키우는 ‘3차원 배양 방식’을 이용해 내이 오가노이드를 성장시켰다. 소리 정보를 전달하는 ‘유모세포(달팽이관)’와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세반고리관)’을 모두 갖추고 있어 최적의 연구재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콜러 박사는 “내이 질환 치료제 개발에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가노이드 형태로 내이 자체를 배양한 것은 인디애나대 연구진이 처음이다. 그러나 인간의 청각신경을 줄기세포로 배양해 치료에 응용한 연구는 최근 수년 사이 꾸준히 있었다. 불치로 알려졌던 다양한 청각질환의 치료법도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엔 영국 셰필드대 연구진이 뇌로 소리 정보를 전달하는 ‘나선신경절 신경세포(SGN)’를 인간의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다음, 이 조직을 신경세포가 파괴돼 청각을 잃은 게르빌루스쥐(모래쥐)에게 이식해 청각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하고 과학저널 네이처에 소개한 바 있다. 2014년엔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매사추세츠 재생약학 일반의학센터가 공동으로 실험용 쥐의 유모세포를 재생하는 데 성공하고 학술지 ‘줄기세포 리포트(Stem Cell Reports)’에 발표하기도 했다.

줄기세포 기술은 청각신경뿐 아니라 하반신 마비, 시신경 손상 등 다양한 질환을 극복하는 데도 희망이 되고 있다. 김장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연구센터장은 “최근 오가노이드 연구 분야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신경세포, 간, 내장 등 다양한 오가노이드 연구를 통해 난치병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청각장애인#청각질환 치료법#줄기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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