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신생아 집중치료 이후에도 의료비 지원을”

  • 동아일보

‘이른둥이 건강지원 확대’ 목소리

임신 37주를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한 이른둥이가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다. 이른둥이와 그 가족은 여러 합병증뿐 아니라 높은 의료비 부담에 이중 고통을 겪는다. 동아일보DB
임신 37주를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한 이른둥이가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다. 이른둥이와 그 가족은 여러 합병증뿐 아니라 높은 의료비 부담에 이중 고통을 겪는다. 동아일보DB
이선화(가명·34·여)씨는 아직도 눈을 감으면 지난해 1월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임신 32주 차, 만삭이 되려면 한참 남은 때의 새벽녘에 갑자기 오싹한 기분이 들면서 뚝뚝 물방울 소리가 났다. 양수가 터진 것이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가 급히 정신을 차리고 남편을 깨워 산부인과로 갔다. 이 씨는 “아기야, 아직 나오면 안 돼”라며 배를 꼭 안았다. 이른둥이 재원이는 제왕절개 수술 끝에 1.24kg의 몸무게로 태어났다.

재원이는 태어나자마자 뇌출혈, 동맥개관존증, 망막증, 호흡 불안정 등 각종 질환의 위험에 노출됐다. 재원이는 55일간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나서야 이 씨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퇴원이 끝이 아니었다. 퇴원 직후에는 탈장으로 전신 마취 수술을 하고, 계속 각종 검사와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다. 폐렴에 걸려 입원하기도 했다. 이 씨는 요즈음도 재원이가 이른둥이로 태어난 것이 자기 책임인 듯해 우울하고, 매달 지출되는 의료비 명세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재원이처럼 엄마 뱃속에 있던 기간이 37주 미만이고, 몸무게가 2.5kg 이하인 신생아를 이른둥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10명 중에 1명은 이른둥이로 태어난다.

한국도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쌍둥이 출산이 늘면서 이른둥이 출산이 20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른둥이는 면역력이 약하고 신체 장기가 제대로 발달돼 있지 않아 태어나는 순간부터 각종 합병증 위험에 노출된다. 주로 나타나는 것은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과 기관지폐이형성증 등 폐 관련 질환이다.

대한신생아학회가 조사해 보니 이른둥이가 겪은 질환 중 가장 잦은 것은 폐렴과 모세기관지염 등 하기도감염(22.1%)과 호흡곤란증후군(21.1%)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이른둥이 건강지원 관련 정책은 ‘신생아 집중치료(NICU)’ 기간의 의료비 일부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것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퇴원 후에도 외래 진료와 재활 치료 등으로 막대한 의료비를 써야 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른둥이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정부의 이른둥이 지원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84%에 달했고, 10가구 중 6가구는 의료비 마련을 위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지원을 요청하거나 적금을 깨고 대출을 받는 등의 경험을 했다고 한다.

최명재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신생아학회 대외협력위원장)는 “이른둥이들도 생후 2∼3년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며 “형편이 어려워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NICU 기간 이후에도 이른둥이 가정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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