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제 평촌마리아병원장이 체외수정된 배아를 24시간 관찰하는 시스템을 보면서 난임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양=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불임은 잘못된 용어입니다. 불임이 아니라 ‘난임’이라고 부르는 게 맞습니다.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난임입니다.”
국내 부부 7쌍 중 1쌍은 1년 동안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생기지 않는 ‘난임’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난임에 대한 걱정에 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비율은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난임 부부에게 적극적인 대처를 강조하고 있는 강영제 평촌마리아병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난임 치료로서 인공 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도해야 확률도 높아진다. 난임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다”라며 “하지만 한두 해 임신이 잘 안되면, 병원도 안 가보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17일 경기 안양시 평촌마리아병원에서 강 원장과 만나 난임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
Q. 난임이 얼마나 많은가.
난임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06년 17만8000명이었던 것이 2014년 21만5000명으로 늘어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30대 진료 인원이 늘고 있다. 난임으로 진료를 받은 30대는 2011년 13만6569명에서 2013년 14만2570명으로 4.4%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임신이 잘 되지 않으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신들이 난임이라는 사실을 아는 부부가 실제 난임 부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난임에 대한 낮은 인식과 오해, 사회적인 분위기나 개인적인 치료 장벽 때문이다. 실제로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난임 부부의 20%만이 상담을 받고 그중에서도 일부만이 산부인과나 난임 클리닉을 찾아 치료를 받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으면 더 임신 가능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1년 정도 피임을 하지 않고 임신을 시도해도 되지 않을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동아일보 DBQ. 난임이 늘어나는 이유는….
남성의 경우 정자 생성 기능이 떨어지거나 정자 배출이 어려울 때, 전립샘(선)에 염증이 있거나 호르몬 이상 등의 질환이 있을 때 난임이 생길 수 있다. 여성은 배란 장애를 겪거나 난관이 막혀 유착이 있는 경우, 자궁내막에 염증이 생길 경우 난임에 빠질 수 있다.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초산이 늦어지는 것도 난임이 늘어나는 요인이다. 월경을 하면 혈액이 난소, 나팔관으로 역류해 자궁내막증이 쉽게 발병한다.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결혼은 늦게 하면서 자궁내막증이 발병하는 기간이 30∼40년 전에 비해 길어지고 있다. 예컨대 1970년대만 해도 17세에 초경을 해서 20세 전후에 첫 출산을 했다. 월경을 하는 시간이 적으니 그만큼 자궁내막증을 일으킬 시간이 적었던 것이다.
과체중이나 비만 흡연 스트레스 등도 난임을 불러오는 요인으로 꼽힌다. Q. 난임치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남성의 정자를 미리 배출시켜, 불순물을 깨끗하게 걸러낸 뒤, 여성의 자궁에 주입시키는 인공수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를 각각 채취해서 시험관에서 체외수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시험관에서 최상의 배아를 찾는 첨단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시간으로 배아를 관찰하는 엠브리오스코프 검사가 있다.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킨 후 5“6일 동안 배아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최상의 배아를 찾는 방법이다.
배아 조직검사를 실시하여 착상 후 유산될 가능성도 타진해 볼 수 있는 착상전 유전자 검사도 있으며, 이를 통해 습관성 유산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예전보다 착상을 시킨 뒤 유산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이유도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Q. 난임 치료에 대한 정부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는데….
2인 가족 기준 월 소득이 579만 원 이하인 부부는 만 44세까지 총 6번의 시험관 아기 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킨 뒤 바로 주입하는 신선배아 방식의 경우 회당 190만 원씩 총 3회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수정된 배아를 냉동했다가 순차적으로 주입하는 냉동배아 방식일 경우 1회 최대 60만 원씩 3회까지 지원된다.
보건복지부는 난임 부부에게 심리 및 의료 상담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체외수정을 받는 부부의 67.6%, 인공수정 시술을 받는 부부의 63%가 정신적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상심리사 또는 상담심리사 1급 자격을 가지고 실무경력이 있는 임상심리전문가 4명이 난임으로 받는 스트레스와 가정 불화, 우울증 등에 대해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난임의 원인과 검사, 진단, 치료 방법 등에 걸쳐 난임 부부의 궁금증을 온라인으로 상담한다.
난임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위시맘사이트(www.wishmom.co.kr)에서 확인 하실 수 있다. 전화(1644-7382출산빨리)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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