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치료 도입한 척추전문병원…3D 프린터 기술로 성공률 높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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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Beauty/첨단의학을 달린다]
환자 척추 모양에 맞춘 맞춤형 치료시대 열어
척추측만증-종양에도 새로운 기술 적용 가능
수술시간 줄어 통증 줄여

안양의 한 척추전문병원 최경철 신경외과 전문의가 3차원(3D) 프린터기로 제작된 환자의 척추모형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안양의 한 척추전문병원 최경철 신경외과 전문의가 3차원(3D) 프린터기로 제작된 환자의 척추모형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l부담 줄이는 디스크 치료법l 직장인 박모 씨(46)는 10년 전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은 뒤 약물 치료와 운동 치료를 병행해왔다. 가끔 통증이 생기긴 했지만 꾸준히 관리한 덕에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아침에 일어나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 생겼다. 진단을 받아본 결과 추간판탈출증으로 터진 디스크를 내시경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추간판탈출증 환자의 60∼80%는 치료를 해도 재발한다. 만성통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박 씨처럼 장시간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거나 사우나, 찜질방에서 오래 앉아 있으면 오히려 병을 더 키울 수도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척추를 둘러싼 근육이나 인대가 긴장하면서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에 증세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추간판탈출증은 디스크 팽윤, 디스크 돌출, 디스크 파열 등 세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초기에는 외부 충격으로 디스크 안의 수핵이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더 진행되면 디스크의 높이가 낮아지면서 수핵이 신경통로 쪽으로 삐져나와 공간을 좁히기도 한다. 수핵이 섬유륜을 뚫고 나와 신경을 직접 누르는 것이 디스크 파열이다. 허리는 물론이고 다리가 저리고 심지어 발바닥에도 통증이 생긴다.

팽윤 단계까지는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만 해도 완쾌될 수 있다. 또 이 단계에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질환과 요통이 있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증상이 나타날 때만 약을 먹고 통증이 줄면 방치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 또 오래전에 발생한 허리디스크를 잘 관리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위치에서 발생할 수도 있고, 수술을 했더라도 재발할 때도 많다.

특히 회사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이나 허리를 많이 쓰는 농업, 자영업 종사자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오기도 힘들다. 결국 다리의 감각에 이상이 생겼거나 일상생활 자체가 너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내시경 치료가 효과적이다. 입원기간이 짧고, 회복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내시경 디스크 성형술은 절개를 하지 않고 주삿바늘을 꽂듯이 내시경이 달린 특수곤을 병변까지 도달시킨 다음 내시경 모니터를 통해 디스크를 육안으로 확인한다. 이어 고주파나 레이저를 이용해 신경을 압박하는 디스크를 정리하거나 제거한다. 1시간 내외에 시술이 가능하며 입원은 하루나 이틀이면 충분하다. 절개술이 아니라서 출혈이 거의 없고 뼈를 지지하는 인대나 정상 디스크 수핵은 그대로 보존하기 때문에 회복속도가 빠르다. 합병증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소마취로 가능하기에 노약자나 고혈압, 당뇨병 환자도 시술할 수 있다. 물론 꼬리뼈 위치 등 내시경 접근이 어려운 곳은 내시경 치료만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엔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치료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안양의 한 척추 전문 병원은 척추 분야에서 국내 처음으로 3D 프린터 시스템을 도입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뼈도 사람마다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개인의 척추 모양에 따라 맞춤형 수술이 가능하다. 목이나 허리디스크는 물론이고 △척추관협착증 △척추측만증 △후종인대골화증 △척추종양 등 모든 척추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기존에 찍어 놓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자료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 자료를 전용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3차원 입체구조로 재현되고, 3D 프린터기는 환자의 병변 모양을 그대로 재현한 실물 모형을 제작한다. MRI나 CT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경이 지나가는 자리, 혈관의 주행 형태 등을 볼 수 있어 오차 없이 수술계획을 세울 수 있다. 또 수술 중 종종 발생하는 돌발 사태를 사전에 충분히 예상해 대비하고 수술에 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수술 정확도도 높아져 절개부위가 줄어들고 신경과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수술시간 역시 크게 줄어 출혈과 합병증을 감소시킨다.

내시경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3D 프린터기를 이용하면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내시경 치료를 먼 거리에서 활로 과녁을 맞히는 거라고 가정하면, 하나의 화살만으로도 과녁 정중앙을 맞힐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박 씨도 “3D 입체 프린터로 실제 뼈 모형을 보여주면서 시술방법을 설명해 이해하기 쉽고 시술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경철 전문의는 내시경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발생한 허리디스크 질환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논문들을 발표해 국내외 학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 전문의의 논문들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인 ‘SPINE 2014’와 ‘Pain Physician 2013’ 등에 게재돼 기존의 내시경 접근법을 정립, 발전시키고 내시경 치료 대상을 확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전문의는 “환자의 수술 부담을 줄여주는 좋은 치료법임에도 접근방법이 제한적이라는 내시경 치료의 한계를 3D프린터 기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치료 대상범위가 확대됨은 물론이고 수술 정확도가 높고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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