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빛 공해와 유해물질 위협에서 현대인의 건강-안전 지킨다

  • 동아일보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TV, 스마트폰, 컴퓨터 등 빛 노출… 인지기능 저해-유방암 발생률 높여”
화학제품 응급대응정보센터 운영… 시중 유통 2600종 중독정보 제공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에서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은일 예방의학교실 교수(오른쪽)가 연구원과 함께 실험결과를 확인하고있다. 고려대 의대 제공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에서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은일 예방의학교실 교수(오른쪽)가 연구원과 함께 실험결과를 확인하고있다. 고려대 의대 제공
초고령화 사회에 따른 건강수명 연장을 위해 보건의료 정책 기조가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예방의학은 일상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도 광범위하다. 수면 시 잠자리를 파고 드는 빛에서부터 화장품, 염색약, 각종 세제를 비롯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유해물질 누출사고 등이 예방 의학에서 다루는 범주에 속한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빛 공해와 수면의 질에 관한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 예방의학교실은 생활 전반과 산업 전반에 걸친 화학물질 관리체계와 화학사고 응급대응 시스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빛 공해 시대 도래

야간의 인공조명은 꼭 필요하지만 때로는 과도하게 일상을 파고들어 공해가 되기도 한다. ‘빛 공해’는 가로등, 옥외광고물, 장식조명 등의 부적절한 사용 때문에 필요한 범위 밖으로 빛이 새어나와 건강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을 뜻한다.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이은일 교수는 올해 한국조명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빛 공해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빛 공해가 △눈의 피로도를 높이고 △수면의 양과 질을 저해하며 △뇌의 인지기능을 저해하고 △유방암 발생률을 높이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크게 늘면서 수면장애가 이전보다 많아지고 있다. 자기 전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 영화, 드라마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수면시간이 줄고 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해 다음날 신체 리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교수는 “빛 공해 증가로 한국의 유방암 발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면서 “인공조명 외에도 TV,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포함한 거시적 관점에서 빛 노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밤에 빛의 영향을 받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생체리듬이 깨진다. 또 빛은 에너지대사와 식욕 등 인체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다. 멜라토닌은 빛의 주기를 감지하고 생체리듬에 관여해 숙면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이다.

면역계와 신경계 등 다양한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며, 강력한 항산화 효과가 있어 노화를 억제하고 면역기능을 강화시킨다. 문제는 빛이 있으면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잘 때는 미세하더라도 불필요한 빛 자체를 완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학제품 중독사고 시 응급대응체계 시급

최근 현대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화학제품 사고가 잇따르며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 가습기 세정제 때문에 산모와 영유아가 사망한 사건, 2014년 인체에 유해한 메칠이소치아졸리논이 포함된 유아용 물티슈 등이 이와 같은 사고의 유형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국가별로 중독사고에 대한 정보와 응급처치 등을 24시간 국민에게 제공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서태평양 지역을 보더라도 한국을 제외한 호주,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몽골, 필리핀, 베트남 등이 중독관리(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의 사용으로 인한 중독사고에 효과적이고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국가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대 예방의학실은 20여 년간 화학물질과 제품에 대한 유해성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환경부와 화학물질안전원의 위탁으로 화학제품 응급대응정보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최재욱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는 환경의학연구소는 시중에 유통되는 가정용 화학제품의 중독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화학제품 응급대응정보센터(www.ceis.nier.go.kr/index.do)’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2014년 전반기 현재 화학제품 1300종, 화학물질 1300종에 대한 응급 대응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화학제품 바코드 인식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해 배포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최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화학물질과 응급정보를 제공하는 중독정보센터 또는 중독관리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도 국가 차원의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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