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분지 100m이하 해수온도 3∼4도 떨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7일 03시 00분


정석근 제주대 교수 분석

지구온난화는 기온 상승뿐만 아니라 바다 온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반도 인근 해수면 온도는 20세기 후반 약 40년 동안 1.31도나 올랐다. 그런데 해수면이 데워지면 대류현상으로 바다 전체 온도도 올라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동해와 남해 수심 100m 이하 바다는 오히려 더 차가워졌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부가 1986년부터 2010년까지 ‘울릉분지’ 바다의 해수면에서 수심 500m까지 측정한 온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심 100m 이하 해수온도는 1990년대 초반 최대 3∼4도 급격히 떨어진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동해의 수산 생태계도 변화를 겪어 잡히는 어종도 눈에 띄게 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정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데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울릉분지에서는 오히려 한류성 어종인 대구 어획량이 많아지는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해수온도와 어종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울릉분지 바다 수심 150m 지점의 해수온도는 8∼10도에서 4∼6도로, 300m 지점은 5도에서 1∼2도로, 수심 500m 지점은 1∼1.4도에서 0.5∼0.7도로 떨어졌다. 수심 100m 이내 상층 해수온도가 1980년대 후반 3∼5도 오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해수온도의 급격한 변화는 이 지역의 주요 수산물 종류도 바꿔 놓았다.

우선 수심 100∼200m 지점의 경우 1990년 이전에는 해수온도 12도 안팎에서 서식하는 말쥐치가 우세했지만 해수온도가 내려가면서 2∼10도 해수에서 서식하는 청어나 대구가 많아졌다. 해수면에서 가까운 상층부에서는 해수온도 약 20도에서 사는 정어리는 멸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줄고 22도의 따뜻한 물에서 서식하는 멸치나 살오징어 같은 어종이 늘었다.

이렇게 바닷속 우점종이 바뀐 것은 해수온도 변화에 따른 해양생물의 생존전략 때문이다. 해양생물은 해수온도가 낮아지면 우선 호흡을 줄이고 먹이활동이나 짝짓기를 하지 않으며 몸을 움츠리는 ‘견디기 전략’을 취한다. 예를 들어 붉은대게는 수온이 낮아지면 바다 바닥의 개흙을 파고 들어가거나 무리를 지어 산처럼 쌓아 생존한다.

그러다가 수온이 더 심하게 바뀌면 결국 서식지를 떠나는 것. 목욕탕에서 온탕에는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그보다 3∼4도 더 높은 열탕에 들어가기는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물고기마다 ‘견딜 수 있는’ 해수온도의 범위가 다르다는 말이다.

최정화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해양생물이 수온이 바뀐 환경에 견딜 때에는 영양상태가 좋지 않고 알도 적게 낳아 개체군 전체가 줄어든다”며 “서식지를 떠나더라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해수온도가 1도만 변하더라도 해양생태계는 확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1990년대 초반 이후 동해 수온 변화가 일시적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상층부와 하층부의 수온 변화의 상관관계, 해양생물의 생리학적 변화를 아우르는 기초 현장조사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울릉분지 ::


울릉분지는 독도와 울릉도 남부에서 대한해협 북부, 그리고 동쪽의 일본분지와 야마토분지에 접해 있는 깊이 2300m의 해저 분지다. 울릉분지 상층부 바다에는 따뜻한 쓰시마 난류의 한 흐름인 ‘동한난류’가 대한해협을 지나 북쪽으로 흐르고, 하층부 바다에서는 반대로 북쪽에서 흘러온 찬 해수가 울릉분지를 지나 ‘대한해협저냉수층’을 이루고 있다.

최새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sae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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