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참을 수 없는 통증 풍치, 인공치주로 잡는다

  • 동아일보

고령화 사회, 치주질환 비상

《 치아 사이로 바람이 숭숭 분다는 풍치(風齒). 치아가 검게 변하거나 움푹 파이는 충치(蟲齒)와 달리 풍치 환자의 구강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경우도 많다. 풍치는 중증으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큰 통증이 없어서 병을 스스로 키우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가 썩지도 않았는데 왜 시리고 아픈 것일까? 》

치주낭 깊이 6mm 넘으면 원상복귀 어려워

풍치는 의학적으로 치주질환이라고 부른다. 사람의 치아 주위 조직은 △빨갛게 드러난 잇몸(치은) △치아 뿌리를 둘러싸고 있는 백악질 △치아 뿌리를 붙잡고 있는 뼈인 치조골 △치아와 치조골을 연결시켜주는 얇은 끈인 치주 인대로 구성돼 있다. 치주질환은 치아가 아닌 주위 조직에 염증이 생겨서 잇몸이 녹고 내려앉는 현상을 통틀어서 일컫는다.

치주질환이 생기는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세균성 치태(플라크) 때문이다. 사람의 구강 안에는 진지발리스균 등 300여 종의 세균이 1억 마리 넘게 존재한다. 이런 세균이 음식물 찌꺼기와 섞이면 플라크를 형성한다. 이때 칫솔질을 통해 플라크를 제거하지 않으면 단단한 치석으로 변하는데, 치석이 잇몸과 치아 사이의 틈인 치주낭을 만든다.

이때 구강 내 세균이 치주낭을 통해 잇몸에 침투하고 염증이 생긴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잇몸과 치아 사이가 더욱 벌어지고 이 후엔 잇몸 뼈와 주변 조직이 완전히 파괴되기도 한다. 결국 이를 뽑아야 하는 것이다. 구기태 서울대 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정상인의 치주낭 깊이는 3mm 정도다. 하지만 치주질환이 상당히 진행되면 6∼7mm까지 깊어지고 이때는 뼈가 이미 녹아내린 경우가 많아 이를 뽑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치주염에는 인공 치주골 심는다


치주질환은 진행 정도에 따라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나뉜다. 잇몸에만 염증이 진행되면 치은염이다. 이때는 스케일링을 통해 잇몸에 쌓인 치석을 제거하고 양치질만 잘하면 자연적으로 치유가 가능하다. 잇몸 뼈 자체가 상한 게 아니므로 치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염증이 잇몸 뼈까지 진행된 치주염이다. 염증이 심하기 때문에 고름이 나오고, 심할 경우 이가 흔들리다가 저절로 빠지기도 한다. 이미 골격구조 자체에 변화가 생기고 잇몸이 내려앉은 경우가 많아서 100% 완치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주염 치료의 첫 번째 단계는 치아 스케일링이다. 치주염이 잇몸 아랫부분까지 진행된 경우에는 잇몸을 국소 마취한 뒤 조직을 긁어내고 잇몸 밑에 낀 치석까지 제거하는 ‘치은연하소파술’을 실시한다. 만약 치주낭이 너무 깊어 염증이 심하거나, 일반 치료가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치주판막술’이라고 불리는 수술을 실시한다. 이 경우 녹아내린 치주골을 제거하고 인공뼈를 이식하고 사라진 조직을 재생시킨다. 정종혁 경희대 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치조골 이식은 손상된 주변 조직이 건재할 때만 가능하다”면서 “잇몸이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병원을 찾아야 복원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말했다.

고령화 영향으로 치주질환자 더 늘어날 듯


치주질환의 진행 정도는 가는 탐침(probing)을 치주낭에 깊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진단한다. 치주낭이 깊을수록 병증이 심각한 것이다. 서울대 치과병원 제공
치주질환의 진행 정도는 가는 탐침(probing)을 치주낭에 깊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진단한다. 치주낭이 깊을수록 병증이 심각한 것이다. 서울대 치과병원 제공
치주질환은 요즘 30대 이상 성인 4명 중 3명이 시달릴 정도로 흔한 병이다. 2011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서 그해 치주질환으로 진료 받은 인원은 799만5000명. 이는 외래 다발성 질환 가운데 2위에 해당한다. 8위에 불과했던 2000년 결과와는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치주질환 환자가 이처럼 늘어난 직접적 원인으로는 인구 고령화가 꼽힌다. 구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치주질환으로 2013년 60세 이상 환자가 서울대 치과병원을 방문한 건수는 2012년 2만6738건에서 18% 늘어난 3만1642건이었다. 구 교수는 “현재 노인 세대에는 예전부터 구강 위생 관리를 제대로 못한 사람이 많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그들이 이미 갖고 있던 잇몸병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치주질환이 당뇨병,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이나 임신부의 조산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치태 세균과 염증에 생긴 각종 독성물질이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조산을 경험한 산모에게서 잇몸 세균이 현저히 많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치주질환을 치료한 환자에게서 폐렴 유병률이 60% 정도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로 전신질환과 밀접하다”고 전했다.

치주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올바른 양치질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식사 후 양치질을 통해 세균과 치석이 잇몸에 쌓이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치실과 치간칫솔 같은 보조기구 사용도 잇몸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구 교수는 “이가 시리다는 이유로 양치질에 소홀해선 절대 안 된다”면서 “시린 이 전용 치약을 사용하거나 불소 양치액을 사용하면 통증 없이 이와 잇몸을 닦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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