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그루폰의 만남, 아시아 유통 시장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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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1월 12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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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티몬)와 글로벌 1위 소셜커머스 그루폰이 인수합병(M&A)을 체결했다. 티몬은 그루폰의 자회사로 소속되며, 그루폰과 합병하더라도 자체 브랜드는 유지하고 경영진과 임직원도 그대로 승계한다.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티몬은 그루폰의 전문성과 투자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그루폰은 티몬을 통해 한국 및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소셜커머스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먼저, 티켓몬스터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매각을 선택했는지 의문이다. 매각설이 떠돌 당시에는 아마존, KT, CJ오쇼핑 등 다양한 기업이 거론됐는데, 그 중에서 그루폰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또한 두 업체는 각각 어떤 목적으로 인수합병을 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이에 티켓몬스터와 그루폰은 12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양사의 인수합병 배경 및 향후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티몬, “인수합병은 230조 유통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는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230조 규모 유통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그루폰과 손잡은 것은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시도였던 것. 소셜커머스 시장을 넘어 전체적인 유통 시장을 공략하려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줄 파트너가 필요하다. 티켓몬스터는 그 파트너로 그루폰을 지목했다.

왜 많은 기업들 중에서도 그루폰이었을까. 우선, 티켓몬스터와 그루폰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다. 두 업체 모두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유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짧은 시간 내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는 점도 같다. 또한, 모바일 커머스에 주목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티켓몬스터는 업계 최초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선보였으며, 연간 거래액 54%를 모바일을 통해 창출하고 있다. 그루폰은 지난 2년 동안 모바일 앱 누적 다운로드 횟수 6,000만 건을 달성하며 전세계 무료 앱 다운로드 횟수 25위 안에 진입했다.

또한, 티켓몬스터는 그루폰의 글로벌 경쟁력이 자사의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루폰의 경영진은 아마존닷컴, 이베이,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임원 출신이다. 또한, 그루폰에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가 1,300명이 넘는다. 이와 같은 인재들과 함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신 대표는 "그루폰이 보유한 기술 역량의 일부라도 한국에 적용한다면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티켓몬스터가 자본 잠식이나 현금 문제로 인수합병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신 대표는 "티몬은 창립 이후 꾸준히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며, 2013년 흑자를 기록했고 현금이 모자랐던 적은 2년 동안 단 한번도 없었다. 이번 인수합병은 오로지 전략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다.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지만, 한국 유통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좀 더 크게 성장하고자 이번 계약을 체결했다"라며 오해를 일축했다.

한편, 소셜커머스를 넘어 유통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티켓몬스터의 전략은 '모바일', '고객 맞춤 서비스'이다. 현재 유통 사업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특히 모바일로 옮겨가는 추세다. 티켓몬스터는 기존에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던 유통사업을 모바일로 이동해, 기존에 없던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효율적인 판매 전략을 내세울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1:1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온라인 쇼핑의 강자는 오픈마켓이며, 오픈마켓은 가장 많은 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수백만 개의 상품보다는 나에게 꼭 맞는 상품만을 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티몬은 엄선된 상품과 트렌드를 반영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모바일로 옮겨왔을 때, 유통시장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1위 커머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루폰, “티몬을 아시아 시장 공략 허브로 육성할 것”

그루폰이 티켓몬스터를 인수합병한 이유도 티몬과 비슷하다. 먼저, 위와 같은 티몬의 비전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루폰의 에릭 레프코프스키 대표는 "티켓몬스터가 성공을 거둔 이유와 목표가 그루폰과 유사하다. 그루폰의 목적은 건전한 마켓 플레이스를 구축하고,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 상품 판매자, 소셜커머스가 모두 만족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그루폰과 티켓몬스터의 성공 요인이자 목표다"라고 말했다.

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전자상거래 시장 4위에 이르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그루폰은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한국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그루폰코리아의 순위는 4위 정도다. 후발 주자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 시장이 한국임을 떠올린다면, 한국 시장을 장악해야 아시아 시장도 확보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시작하며, 선발 주자를 따라잡는 것이 어렵더라. '적을 무찌를 수 없다면 적을 동지로 만들라'는 격언이 있다. 그래서 한국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최대의 적이 될 수도 있는 티켓몬스터와 손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티켓몬스터에서 훌륭한 경영진과 기업가 정신을 보았다. 한국 토종 기업이 지닌 저력과 기업가 정신, 그리고 그루폰의 글로벌 역량이 결합한다면 소셜커머스 1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고 덧붙였다.

그루폰은 티켓몬스터를 아시아 시장 진출의 초석으로 삼을 방침이다. 에릭 레프코프스키 대표는 "인수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그루폰이 운영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미국을 이어 2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수합병 절차는 2014년 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물론, 성장을 위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그루폰은 티켓몬스터가 국내 1위 소셜커머스 업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신현성 대표 및 티켓몬스터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몬의 인수합병은 무모한 도전? 무한도전!

티켓몬스터는 3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2013년 7월 거래액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소비자 중심경영 인증을 받는 등 다양한 시도와 성과로 이목을 끌었다.

가만히 있어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티켓몬스터가 인수합병을 한 것이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과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가 정신'에 근간을 둔 것이라고 해석하면 티켓몬스터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사실,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이나 소셜커머스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만 놓고 본다면 티켓몬스터는 회사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신현성 대표는 좀 더 장기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픈마켓 시장을 뛰어넘어 국내 1위 커머스로 자리잡고, 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의 허브로 거듭나려면 글로벌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인수합병 체결은 이를 위한 히든 카드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현재 주어진 부와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티켓몬스터는 예외다.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날 신현성 대표의 발표 슬라이드 중에 '2014년 새로운 도약, 제2의 창업기'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그 말이 티켓몬스터의 의도를 담았다고 본다. 에릭 레프코프스키 대표가 말했던 티켓몬스터의 '기업가 정신'도 이를 일컬은 것이 아닐까.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이번 인수합병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만약 성공한다면, 티켓몬스터는 그루폰에 힘입어 국내 시장 또는 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도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 국내 1위 소셜커머스인 쿠팡의 전략도 기대가 된다. 쿠팡이 이와 같은 변화를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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