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그래’ vs ‘그래ㅋㅋ’, 차이를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스마트폰 메신저 사용설명서

서울에 사는 고2 전모 양(17)은 요즘 엄마보다 아빠를 더 친근하게 느낀다. 아빠가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친구처럼 얘기해주기 때문이다. 전 양이 ‘집에 언제 오세요?’라고 물으면 엄마는 ‘지금 주차장이야.’라고 띄어쓰기와 마침표까지 모두 정확하게 쓰며 답장을 보내는 반면 아빠는 ‘주차장ㅋㅋ’라고 보낸다.

‘사랑한다’는 표현도 마찬가지. 아빠와 엄마 모두 ‘보고싶다’는 메시지를 수시로 보내지만 전 양이 느끼는 온도차는 크다. 엄마는 ‘우리 딸 보고싶어’라는 메시지만 보내는 반면 아빠는 눈이 하트 모양이 되어있는 스마트폰 메신저 ‘스티커’를 함께 쓴다. 전 양은 아빠가 카카오톡에서 스티커를 붙여서 ‘보고싶다’고 보내준 대화내용을 캡쳐한 뒤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 귀엽지?’라며 자랑하듯 보여주기도 한다.

전 양은 “아빠가 처음 ‘ㅋㅋ’같은 표현과 스티커를 쓰기 시작했을 땐 어색했지만 지금은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져 카카오톡으로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 스마트폰 메신저로 자녀와 대화하는 부모가 크게 늘었지만, 자녀들의 ‘스마트폰 메신저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부모는 드물다.

‘메신저 문법’은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청소년들이 ‘ㅋ’과 ‘ㅎ’ ‘캐릭터모양 스티커’ 등을 활용하는 일종의 비언어적 메시지. 학생들은 “같은 내용의 메시지도 어떤 표현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그래’ ‘그래ㅋ’와 ‘그래ㅋㅋ’의 어감이 모두 다르다는 것. 위의 전 양 사례에서처럼 스마트폰 메신저 문법을 적절히 구사하면 자녀에게 더욱 친구처럼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회사일로 바빠 평소 자녀와 얼굴을 보고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은 40, 50대 아빠에겐 더욱 효과적.

이런 아빠들을 위해 소개한다. 이름하여 ‘스마트폰 메신저 사용설명서’.

‘ㅋㅋ’는 웃는 게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ㅋ’의 활용법만 이해해도 스마트폰 메신저 대화의 절반은 이해한 셈이다. ㅋ과 ㅎ은 동시에 몇 개를 쓰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가장 많이 쓰이는 ‘ㅋㅋ’는 특별한 의미가 없이 문장을 마칠 때 붙는다.

적잖은 부모는 자녀가 “네ㅋㅋ”라고 답하거나 대화 중간에 “ㅋㅋ”라고 쓰면 “뭐가 그렇게 재밌니?”라는 반응을 보이기 쉽지만, 사실 별다른 의미는 없다.

경기지역 고3 우모 군(18)은 “‘ㅋㅋ’는 문장 뒤에 아무 표현도 쓰지 않으면 무뚝뚝해 보일까 봐 습관적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마땅히 할 말이 없을 때 대화 주제를 넘기기 위해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래ㅋㅋ’와 ‘그래’에 대해 자녀들이 느끼는 어감은 크게 다르다. 그냥 ‘그래’보단 ‘그래ㅋㅋ’가 훨씬 부드러운 표현. 특히 메신저에서 마침표를 거의 쓰지 않는 학생들에게 ‘그래.’라고 마침표를 찍는 경우 ‘정색’하고 있다는 은유적 의미로 통할 수 있다.

ㅋ의 개수가 3개 이상이 될 때부터는 ‘재밌다’는 의미다. 3개 이상부터는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배꼽이 빠질 정도로 재미있다’는 뜻이 된다. 만약 ‘뭐얔ㅋㅋㅋ’ ‘그랰ㅋㅋㅋ’와 같이 모음 뒤에 ㅋ이 바로 연이어 쓰이면 ㅋ의 개수가 적어도 매우 재미있다는 의미가 된다. 말을 미처 마치기도 전에 웃음이 터지는 모습을 띄어쓰기 없이 ‘ㅋ’을 이어붙이며 표현한 것.

경기지역 고1 고모 군(16)은 “ㅋ을 1개만 쓸 경우 ‘무관심’이나 가벼운 비아냥거림을 의미하는 부정적 의미로 쓰일 때가 많다”면서 “‘ㅎ’과 ‘ㅋ’은 개수에 따른 의미는 같은데 일반적으로 ‘ㅎ’이 더 친절해야 하거나 조금 어색한 사이에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고3 임모 양(18)은 “‘ㅎ’은 ‘했어용∼’ 같이 조금 느끼하거나 능글맞은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대신 웃고 있는 캐릭터 스티커 사용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감정표현을 위해 메신저 프로그램에서 제공되는 ‘캐릭터 스티커’를 많이 쓴다. 감정표현을 위해 ‘^^’ ‘-_-’와 같은 이모티콘을 쓰는 학생은 많지 않다. 슬픔, 기쁨, 사랑 등의 감정을 표현한 다양한 캐릭터 스티커를 연이어 붙이는 것만으로 대화를 이어 나가기도 한다.

많은 학생은 “부모님이 스티커를 사용하면 더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어디니?’ ‘밥 먹었니?’ ‘숙제 다 했니?’ 같은 다소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내용도 스티커를 함께 사용하며 물으면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것. ‘밥 먹었니?’는 눈물 흘리는 캐릭터 스티커와 함께 사용하거나, ‘숙제 다 했니?’는 눈을 번뜩이는 캐릭터의 스티커를 함께 쓰는 식이다.

경남지역 중1 임모 양(13)은 “아빠가 ‘피곤’ ‘웃음’ 같은 의미를 담은 캐릭터 스티커를 쓰면서 안부를 물어오면 나도 스티커를 쓰면서 대답한다”면서 “아빠 얼굴 보고 말할 때보다 스티커를 쓰면서 대화할 때 내 생각들을 더 솔직하게 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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