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작전, 생생한 가상현실로 실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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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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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체 LIG넥스원, 100억 투자 초정밀 시뮬레이션 개발

LIG넥스원 ‘판교R&D센터’에 설치된 해군 전투 시뮬레이션 시설 ‘린시스(LINCS)’의 모습. 연구원들이 새로 개발하는 신형 전투체계(해군 군함용 전투제어 컴퓨터)를 실험하고 있다. 린시스는 콘솔(제어장치)을 통해 명령을 입력하면 함포와 미사일, 어뢰 등의 해군 무기를 이용해 가상의 적과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성남=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LIG넥스원 ‘판교R&D센터’에 설치된 해군 전투 시뮬레이션 시설 ‘린시스(LINCS)’의 모습. 연구원들이 새로 개발하는 신형 전투체계(해군 군함용 전투제어 컴퓨터)를 실험하고 있다. 린시스는 콘솔(제어장치)을 통해 명령을 입력하면 함포와 미사일, 어뢰 등의 해군 무기를 이용해 가상의 적과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성남=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위이앵∼.’

연평도 인근 해역에 정체불명의 군함 한 척이 나타났다.

“전방 좌현 15km, 속도 20노트(시속 37km) 적함 접근 중.”

레이더에 적함이 표시되는 동시에 천장에 붙은 붉은 등이 요란하게 번쩍이며 울려댔다. 통제실도 동시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함정에 설치된 함포는 자동조준을 시작했다.

“해성(국산 함대함 미사일) 발사 준비. 발사.”

30초 뒤 미사일은 적함의 옆구리를 정확히 강타했다. 레이더에서 반짝거리던 적함의 모습은 사라졌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있는 ‘LIG넥스원’ 판교R&D센터에서 새로 개발하고 있는 해군 전투용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작동한 결과다. LIG넥스원은 한국형 어뢰, 대함미사일, 레이더 등을 개발하는 대표적인 국내 방위산업체다. 이 때문에 13일 방문했을 때도 삼엄한 보안검사를 거친 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하 1층 연구실로 들어가자 빔프로젝터를 통해 가로세로 각각 5m 크기의 벽면 가득히 서해 연평도 해안이 펼쳐져 있었다. 파도 하나까지 실감나게 표현되고 있었다. 이는 가상현실을 이용해 신형 군함의 전투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개발용 시스템으로 미국과 독일, 영국 등에만 있던 시설이다.

○ 컴퓨터 그래픽 이용해 가상 해전

실험시설 내에는 실물과 똑같은 함포 모형이 화면과 마주하고 있었고, 주위에는 복잡한 제어장치 수십 대가 늘어서 있었다. 각 장치 앞에는 연구원이 한 사람씩 배치돼 조작을 하고 있었다.

시설 한가운데 있는 자리에 앉자 마치 최첨단 군함의 함장이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랄까.

화면에 적함이 발견됐다는 신호가 뜨자 안내를 맡은 윤관섭 수석연구원이 “어떤 무기로 공격할지 명령을 내려 보라”고 귀띔했다. ‘미사일’이라고 말하자 담당 연구원이 제어장치를 조작해 미사일 메뉴를 선택하고 ‘발사’ 버튼을 누르자 요란한 발사음과 함께 화면 위로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과 함께 잠시 후 적함에 명중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 수백억 시스템 가격 절반으로 뚝

LIG넥스원이 개발한 이 가상현실 장치는 3년간 100억 원의 비용이 투자된 ‘린시스(LINCS)’.

실전 상황과 똑같이 레이더, 소나 등 탐지장비를 이용해 적군의 군함, 비행기, 잠수함을 찾아낼 수 있고 미사일이나 어뢰, 함포, 어뢰 등을 써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설은 군함에 설치되는 전투지휘용 컴퓨터 시스템, 즉 ‘전투체계’를 좀 더 쉽게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통 전투체계 개발에는 수백억 원이 든다.

지금까지 전투체계를 개발할 때는 우선 프로그램을 만든 다음, 이 프로그램을 군함에 설치해 수백 차례의 실험을 통하여 수정작업을 거친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다 보니 개발비용은 올라가고 개발기간도 5년 가까이 걸린다. 그러나 앞으로 새 전투체계가 개발되면 린시스를 통해 전투능력을 가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됐다.

해군 장교 출신인 박상옥 수석매니저는 “500억 원가량이던 국산 수출형 구축함 전투체계 가격을 200억 원까지 낮추는 한편 개발기간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예산 절감과 전투력 증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남=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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