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전기면도기로 거품면도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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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0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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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면도(습식면도)는 남성성의 상징이다. 산타클로스처럼 풍성하게 일어나는 하얀 거품, 그 위를 거침없이 가로지르는 칼날, 말끔한 턱을 매만질 때의 상쾌함… 여성은 절대 알 수 없는 남성만의 특권이자 솜털 보송보송한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로망이다.

하지만 매일 면도를 해야 할 정도로 나이를 먹고 나면 거품면도는 귀찮기만 한 일과로 전락한다. 면도기날을 주기적으로 교환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바쁜 현대 남성들에게 있어서 거품면도는 사치에 가깝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전기면도기를 사용하는 건식면도를 택한다. 거품면도 특유의 상쾌함은 포기할 수 밖에 없지만, 그보다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거품면도까지 지원하는 방수 전기면도기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바쁠 때는 건식면도를, 여유가 있을 때는 거품면도를 즐길 수 있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게다가 날면도기와 전기면도기를 병행해 사용할 때보다 관리하기도 편하다. 전기면도기 회사들은 앞다투어 방수 제품을 내놓았고, 이 제품들은 면도기 시장의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방수 전기면도기라고 해서 샤워할 때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 대부분은 면도기 헤드만 세척할 수 있는 생활방수를 지원할 뿐이다. 면도기 겉면에 ‘washable’이라고 쓰여 있어도 물에 빠트리면 고장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현재 방수를 지원한다고 선전하는 저가형 전기면도기는 대부분 생활방수 기능을 제공한다. 몸체까지 완전방수를 지원하는 제품은 필립스의 ‘아쿠아터치’, ‘센소터치3D’ 등 극히 일부다.

그렇다면 전기면도기의 실제 거품면도 성능은 어떠할까. 대한민국의 20대 보통 남자인 조 모 기자(27)를 실험에 동원했다. 실험에 사용한 면도기는 필립스의 ‘아쿠아터치 AT890(이하 아쿠아터치)’다.

절삭력은 비슷, 피부자극은 더 적어

날면도기와 전기면도기 중 어느 쪽이 절삭력이 뛰어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에는 밀착면도에 유리한 날면도기가 우월하다는 주장이 많았으나, 전기면도기 기술이 발달하면서 차이는 점차 좁혀졌다. 현재 인기 있는 전기면도기 작동 방식 중 하나인 로터리 방식(회전식)은 2~3개의 원형 헤드날이 회전하면서 얼굴의 굴곡에 맞춰 면도를 하기 때문에 절삭력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부보호 능력에서는 전기면도기가 앞선다. 날면도기는 칼날이 직접 피부에 닿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피부에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수염과 함께 각질까지 모조리 밀어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전기면도기의 경우 자극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러운 면도를 할 수 있다. 물론 날면도기를 사용할 때 쉐이빙 폼(면도크림)으로 어느 정도의 자극을 줄일 수 있지만, 전기면도기 역시 쉐이빙 폼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조금 더 우세하다고 볼 수 있겠다.


아쿠아터치의 면도 후 뒷정리도 간편한 편이다. 흐르는 물 속에 넣어 가볍게 흔들어 세척하면 된다. 생활방수만 지원하는 전기면도기의 경우 물이 본체에 들어가지 않도록 헤드를 아래쪽 방향으로 놓고 세척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완전방수를 지원하는 전기면도기의 경우 그냥 물에 빠트려도 무방하다. 또한 일부 프리미엄 면도기에는 전용 세척기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세균 번식 등의 위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전기면도기를 세척한 후에는 완전히 물기를 말려야 제품의 수명을 보존할 수 있다.

거품면도라는 동일한 조건에 놓았을 때, 전기면도기는 날면도기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보였다. 유일한 약점이라면 면도기를 구입할 때 드는 초기 비용이다. 전기면도기의 가격이 날면도기에 비해 수십 배 높기 때문에 날면도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기면도기를 오래 사용할수록 날면도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날면도기를 사용하면 주기적으로 면도날을 교환해야 하는데, 이 경우 날면도기 본체보다 비싼 면도날의 가격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품면도를 할 때 반드시 지키자

면도 전에 세안을 한다. 뻣뻣한 수염을 물에 불려 부드럽게 만들어야 면도를 쉽게 할 수 있다. 또한 피부 속의 오염물질을 제거해서 세균 감염을 막아준다.
반드시 쉐이빙 폼을 사용한다. 피부 자극을 줄여주고 보습 효과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귀찮다는 이유로 비누 거품을 사용하면 피부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면도 후에는 애프터 쉐이브 제품을 사용한다. 자극받은 피부를 진정시키고 소독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감한 피부의 소유자라면 알코올 성분이 있는 제품을 피한다. 자칫 영화 ‘나홀로 집에’의 주인공 케빈처럼 얼굴이 불타는 고통을 체험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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