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이상곤 박사의 맛있는 동의보감 이야기]<4>“부추는 늘 먹으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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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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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양기 충전


필자의 부모는 고향집 밭에서 부추농사를 짓는다. 지난 겨울, 하얗게 눈이 뒤덮인 세상에서 부추는 밭을 덮었던 하얀 눈을 녹이고 푸른 잎사귀를 뽐냈다.

부추의 양기는 겨울을 이기는 힘을 가졌다. 햇볕이 비추면 눈이 녹아내리듯 부추의 양기(陽氣)는 차가움을 뚫고 일어선다. 그래서 부추의 별명이 기양초(起陽草)다. ‘첫 부추는 사위도 주지 않는다’거나 ‘부추는 절간 앞마당에 심지 않는다’라는 속설이 나온 이유는 부추가 가진 강력한 양기 탓이다.

우주에서 양기의 우두머리는 태양이다. 한의학은 인체를 소우주라고 본다. 인체의 오장육부 중 태양 같은 양기의 상징은 심장이다. 부추를 먹고 부부관계를 맺으면 초가삼간이 무너진다고 해 ‘파옥초(破屋草)’라고 불리지만 동의보감은 오히려 부추의 심장기능 향상 효능에 주목한다.

허준 선생은 부추의 약효를 ‘심장에 작용해 흉비(胸비)와 악혈체기(惡血滯氣)를 없앤다’고 썼다. 흉비는 가슴이 막히는 느낌을 가리는 말이다. 요즘 의학용어로 하면 심근경색의 증상이다. 악혈은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나 혈전 등 나쁜 성분이 끼인 상태를 가리킨다.

부추는 심장의 양기를 북돋워 관상동맥의 피로감에 활력을 주거나 혈액 찌꺼기를 녹여 심근경색을 치료한다. 동의보감의 부추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예 상식(常食)하라고 권한다. 허약함을 보(補)하고 허리와 무릎을 데워 튼튼하게 하니 늘 먹으면 좋다고 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양기와 음기는 과연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사례는 남녀가 앉은 모습이다. 전철을 타면 남자는 대개 다리를 쩍 벌리고 있다. 여자는 무릎을 붙인 채 오므리고 앉는다. 양기는 운동성 측면에서 외부를 향하고 팽창하는 힘이다. 음기는 내부를 향하며 수축하는 힘이다.

부추가 양기에 좋다는 사실은 심어보면 안다. 땅을 깊이 파 씨앗을 뿌리고 흙을 불룩하게 덮어야 한다. 부추의 튀어 오르고 팽창하는 힘 때문에 깊숙이 심지 않으면 농사를 망친다. 반대로 음기의 상징인 고사리는 다 자라도 햇볕 아래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다. 본성이 내부로 오므리는 것이라 고개 숙인 남자처럼 생겼다.

고사리의 효능도 음기와 관계가 깊다. 불면증에 좋다. 여름날 열대야에 잠이 오지 않듯이 열은 불면을 부른다. 음기는 몸을 시원하게 하고 잠을 잘 오게 한다. 동의보감은 더 구체적으로 고사리가 양기를 소(消)한다, 즉 줄인다고 표현한다. 제사에 고사리나물을 먹은 사람은 뜨끔하겠지만 놀랄 필요는 없다. 아주 다량을 먹지 않으면 그런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인체는 음과 양이 서로 균형을 잡은 태극과 같은 존재다. 태극기처럼 음과 양이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서로를 안고 있다. 붉은색만 있으면 태극기가 어그러지듯이 양기는 팽창하는 힘이고 음기는 반대편에서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지속력이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지만 가정을 지탱한다. 음양은 다르면서도 서로를 지탱하는 균형의 힘이다. 이것이 바로 건강이다.

갑산한의원 이상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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