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대다수 우울증 앓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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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대성심병원 조사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들은 탈북 과정보다 사회 적응 과정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가 경기 군포시에 거주 중인 북한 이탈주민 56명을 대상으로 우울과 불안증상에 대한 상세한 면담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다. 그동안 새터민의 탈북 과정에서 생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문제가 주로 조명이 됐지만 정착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정신건강에 더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로 입증한 것이다.

이들 중 우울증상의 정도를 살펴본 결과 정상군은 응답자의 35.7%에 불과한 반면 가벼운 우울군이 25%, 중한 우울군이 16%, 심한 우울군이 23.2% 등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상을 가진 비율이 전체의 64.6%가 되는 셈. 국내 우울증 유병률이 평균 7.5%인 것에 비하면 꽤 높은 수치다. 또 불안 정도를 살펴보는 조사에서도 정상군은 46.4%, 중간 정도의 불안군 14.3%, 심한 불안군이 39.3%로 절반 이상인 53.6%가 불안 증세를 보였다.

홍 교수는 “탈북을 하게 된 동기나 북한에 가족이 남아 있는지 여부는 우울 또는 불안 증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결국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혼란이나 경제적, 건강상 어려움이 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 이탈주민들은 폐쇄적인 북한 체제에 익숙한 탓에 다른 새터민과도 폐쇄적으로 생활한다. 또 많은 이들이 자유경제체제를 이해하지 못해 경제적 혹은 사회문화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정신건강 프로그램은 부족하거나 없는 실정”이라면서 “이번 조사에서도 대다수 새터민이 상담치료와 심리검사 등 정신건강 관련 상담 혹은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25%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새터민#우울증#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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