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형제의 동력비행기 美 이어 세계 두번째로 복원한 임철옥 씨

  • 동아일보

“12.3m 날개 곡선 일일이 대패로 깎았어요”

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동력 비행기 ‘플라이어 1903’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복원됐다. 2년 4개월에 걸쳐 플라이어 1903을 제작한 임철옥 씨는 “학생들이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보면서 항공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동력 비행기 ‘플라이어 1903’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복원됐다. 2년 4개월에 걸쳐 플라이어 1903을 제작한 임철옥 씨는 “학생들이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보면서 항공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내에서는 처음, 세계에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라이트 형제의 동력 비행기 ‘플라이어 1903’이 복원됐다. 마치 모형 글라이더를 약 40배 확대한 듯했다. 몸체 길이 6.4m, 날개 길이 12.3m에 모터가 달려 있다.

날개는 ‘한 땀 한 땀’ 꿰매서 만든 천으로 덮여 있었다. 라이트 형제가 만든 원조(?)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비행기 바닥엔 바퀴 대신 스키를 달았다.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 플라이어 1903을 복원한 임철옥 씨(44)를 14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공장에 찾아가 제작과정에 대해 들었다.

임 씨가 이 비행기를 복원하는 데는 꼬박 2년 4개월이 걸렸다. 요즘 같으면 기계로 간단히 찍어낼 수 있는 부품도 일일이 대패로 깎았다. 재료나 제작방식까지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서다.

○ 비행기 바닥엔 바퀴 대신 스키 달아

임 씨는 “비행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본체, 프로펠러가 아닌 날개”라면서 “양쪽 날개의 곡선 형태를 잡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플라이어 1903의 양쪽 날개는 끝이 10도 정도 아래로 처지는 곡선 형태로 설계돼 있다. 지상에서는 곡선 형태를 유지하지만 비행할 때는 이 부분이 양력을 받아 ‘일(一)’자로 펴진다. 양쪽 날개의 곡선이 대칭이 되지 않으면 힘을 균등하게 받지 못해 비행할 때 좌우 균형을 잃고 만다.

그는 “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비행분에 수직으로 솟아 있는 날개로 응용됐다. 플라이어 1903의 앞부분에는 각도를 바꿔 비행기를 위아래로 움직이게 하는 보조날개가 있다. 이 장치는 오늘날 여객기 꼬리 부분에 수평으로 있는 작은 날개로 발전했다. 각도를 바꿔가며 비행기를 상승 하강시키는 기능을 한다.

○ 박물관 전시해 학생들 학습자료로

플라이어 1903이 날 수 있는 최대 속도는 시속 60∼70km에 불과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보다 느린 셈이다. 날개 면적이 넓고 엔진 출력이 낮기 때문이다. 당시 라이트 형제는 출력 12마력 엔진을 사용했는데 50cc 스쿠터 엔진 수준이다.

이번에 복원된 이 비행기가 실제 비행용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임 씨는 “비행기 바닥에 스키가 달려 있어 착륙할 때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다”면서 “시험 비행 대신 플라이어 1903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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