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윤병동 교수팀, 버려지는 에너지 모아 전기로 만드는 ‘EH스킨’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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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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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벽면-에어컨 실외기 등에
타일처럼 붙이면 진동이 에너지로

《퇴근길 이른 더위에 부채질을 하며 스마트폰으로 집에 있는 에어컨의 전원을 켰다. 잠시 후 원하는 온도로 시원해졌다는 알림이 도착한다. 집안 곳곳에 달린 무선센서가 정보를 보내오지만 전기료는 줄었다. 그동안 쓰지 않던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 효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해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하베스팅(EH)’ 기술로 가능한 일이다. 이 기술은 별도의 발전장치 없이 주변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지하철이나 기차 벽면, 에어컨 실외기의 진동, 자동차의 배기열, 걸을 때 발뒤꿈치가 바닥을 누르는 힘 등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모든 것이 에너지 수확 대상이다.

○ 압전소자를 타일처럼 붙여 센서 작동

에어컨 실외기 표면에 얇은 압전소자를 타일처럼 붙여 진동을 수확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됐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시스템건전성 및 리스크관리연구실 윤병동 교수(사진)팀은 최근 진동하는 판을 가진 장치에 직접 붙여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EH스킨’을 개발했다. 기존에 진동을 수확하는 EH장치는 막대 형태로 돼 있어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조임쇠가 느슨해지는 등 내구성도 떨어졌다. EH스킨은 진동하는 부분에 바로 부착해 더 많은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으며 별도의 공간이 필요 없다.

윤 교수팀은 에어컨 실외기 표면을 분석해 진동이 가장 많은 곳에 EH스킨을 잘라 붙였다. 실외기에서 나오는 전체 진동 에너지의 70%를 수확해 3.7mW(밀리와트)의 전기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는 무선센서를 작동하기에 충분한 전력이다. 실제로 교수팀은 EH스킨에 발광다이오드(LED) 전구와 온도 센서를 부착해 진동의 힘으로 불을 밝히고 원격으로 실시간 온도 정보를 확인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KTX나 비행기 날개 등에 EH스킨을 붙이면 이보다 더 많은 전기를 얻을 수 있다”며 “무선센서의 배터리 교체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지금껏 전원 문제 때문에 센서를 달지 못했던 곳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스마트 머티리얼스 & 스트럭처스’ 등 국제학술지에 3월 발표된 후 한 달간 가장 많이 읽힌 논문 10편에 꼽혔으며 지난달 미국 인터넷 과학 매체인 ‘피즈오그(PhysOrg)’에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소개됐다.

○ 고효율 자동차, 스마트 발전소 가능

자동차나 선박, 비행기에는 쓰지 않고 버려지는 에너지가 많다.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자동차의 배기열을 수확해 고효율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 기계연 시스템다이내믹스연구실 김영철 팀장은 18일 대전 유성구 기계연에서 열린 ‘EH 연구 교류회’에서 “EH기술로 고효율 자동차를 만들면 연료소비효율이 10% 이상 향상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배기열은 수백 도에 이르는데 이를 열전소자로 수집하고 엔진의 진동 에너지를 압전소자로 모으면 수십 W의 전기를 얻을 수 있다.

공장이나 발전소, 빌딩에서 에너지를 수확해 빌딩 자동화와 시설물의 안전성 등을 감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윤 교수는 “발전소나 빌딩 등을 자동화하고 ‘스마트화’하려면 많은 센서가 필요하다”며 “EH장치를 활용하여 무선센서를 작동하면 기존 에너지 사용량의 5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폐열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열전소자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현재 쓰이는 열전소자는 열의 5%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데 이 정도의 변환 효율을 ‘열전기 성능지수’ 1로 나타낸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재료과학과 제프리 스나이더 박사팀은 높은 변환 효율을 갖는 열전소자 재료를 개발해 학술지 ‘네이처’ 5일자에 발표했다. 박사팀은 납과 텔루르, 셀레늄 합금의 나노 구조를 개선해 약 576도(850K)에서 성능지수 1.8을 얻었다. 발생하는 열의 약 9%까지 전기로 바꿀 수 있는 재료다.

최세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ju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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