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스코리아 곽문영 마케팅 총괄 인터뷰 - ‘아수스의 기술력, 소비자들에게 알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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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7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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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스(Asus)라는 회사를 아는가? 일단 PC 하드웨어 매니아라면 메인보드 제조사로서의 아수스가 먼저 떠오를 것이고, 노트북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넷북(미니 노트북)인 ‘EeePC’ 시리즈의 제조사로서의 아수스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수스가 가진 사업영역 중에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아수스는 엄연히 대만을 대표하는 글로벌 IT기업의 한 곳이며, 2009년 기준으로 1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한 기업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수스에 있어 한국은 어떤 의미이며, 또 어떠한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을까? 2010년 9월 16일, IT동아는 아수스의 한국 지사인 아수스코리아를 방문, 동사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곽문영 과장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곽문영입니다. 저는 2007년 5월에 아수스코리아에 입사, 현재 아수스의 한국지역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학창 시절부터 PC 등의 IT 기기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잡지 등에서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고, 한때는 LG 계열사의 MD(merchandiser: 상품 기획자) 업무를 하기도 했지요. 올해로 IT 업계 10년 차가 되었군요.”

품질은 자신 있다. 하지만 과제는 남아 있어

아수스가 글로벌 기업이긴 하지만, 이 기사의 서두에서 소개한 것처럼 상당수 소비자는 아수스 전체 사업 분야 및 규모에 대해 극히 일부만 알고 있거나 아예 아수스라는 기업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곽문영 과장에게 아수스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아수스의 주력 사업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메인보드 및 그래픽카드와 같은 PC용 구성 부품, 그리고 또 하나는 노트북 및 데스크탑과 같은 완제품 PC지요. 특히 PC용 메인보드 시장 점유율은 세계적으로는 40%, 한국 시장만으로는 35% 정도로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트북의 경우는 세계 5위, 한국에서는 7위 정도의 위치이지요.”

메인보드 시장에서의 아수스의 명성이야 익히 알려진 것이지만, 노트북 시장, 그중에서도 한국 시장에서의 위치는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는 감이 있다. 이에 대해 곽문영 과장은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다.

“노트북 시장은 컨슈머(Consumer: 일반 소비자) 분야와 커머셜(Commercial: 관공서나 기업) 분야로 나뉩니다. 커머셜 시장을 제외하고 컨슈머 시장만으로 따진다면 아수스는 세계 3위 정도의 위치에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아수스 제품의 품질이 낮아서라기보다는 한국 시장의 특성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그렇다면 아수스코리아에서 분석한 한국 시장 및 소비자들의 특성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특성 중에서 어떤 것이 아수스 노트북의 판매량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은 다소 특별합니다. 같은 아시아권이라고 해도 일본 소비자들의 경우, 직접 매장을 방문해서 실제로 품질을 체험해본 후에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렇게 아수스 제품의 높은 품질을 직접적으로 인식하게 되니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실제 체험보다는 평판이나 소문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죠. 이는 한국의 온라인 네트워크가 워낙 발달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 시장의 특성을 이해한 상태이면서도 이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것은 아수스코리아의 마케팅 능력 부족일 수도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곽문영 과장은 나름의 해명을 했다.

“사실 아수스코리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광고 확대는 물론 입소문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수스라는 회사는 기술 개발을 중시하는 곳입니다. 때문에 홍보나 마케팅보다는 제품 품질 향상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요.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저희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ee 시리즈의 명암과 아수스의 차기 전략


PC용 부품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아수스가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라면 역시 아수스의 넷북인 ‘EeePC’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EeePc는 업계 최초의 본격적인 넷북으로서 이후 일어난 넷북 열풍의 도화선이 되었던 제품이기도 하다. EeePC는 아수스에 있어 어떤 의미일까?

“무엇보다도 EeePC로 인해 아수스의 대중적인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08년부터 2009년 사이에 EeePC는 삼성전자의 넷북과 거의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였죠. 다만, EeePC가 아수스의 이름을 알리는데 견인차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아수스가 저가 제품을 파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은 다소 아쉬운 점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해도 EeePC를 비롯한 Eee 브랜드의 제품이 아수스를 이끄는 한 축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EeePC의 상황은 어떠한지 물어보았다.

“Eee 브랜드는 다루기 쉽고 저렴한 제품을 추구합니다. 때문에 EeePC의 초기 모델은 윈도우보다 가볍고 싼 리눅스 운영체계를 탑재하고 나온 적도 있었죠. 하지만, 경쟁사들의 넷북이 너도나도 윈도우를 탑재하게 되면서 넷북은 단순한 보조용 ‘PC’가 되어버렸습니다. 때문에 한계(성능, 활용성 등) 또한 명확해져 버렸습니다. 더욱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이 인기를 끌면서 넷북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죠. 그래서 요즘 넷북은 예전처럼 활발하게 팔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EeePC를 비롯한 넷북 시장은 확실히 한계에 달한 느낌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아수스의 대처방안은 무엇일까? 곽문영 과장은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나라에는 출시 계획이 아직 없습니다만, 아수스는 스마트폰을 개발하여 대만 및 북미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 중인 모바일 운영체계인 ‘윈도우폰7’ 기반의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죠. 그리고 태블릿 PC인 ‘EeePAD’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EeePAD는 아직 개발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윈도우와 모바일용 운영체계를 함께 갖춘 하이브리드(Hybrid: 혼합)형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위에서 그가 밝혔듯 Eee 브랜드에 너무 집중하는 것은 아수스를 저가품 위주의 기업으로 인식하게 한 부작용도 있다. 이에 대해 곽문영 과장은 2010년부터 프리미엄급의 제품을 대거 출시하여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부터 아수스의 노트북은 고급화를 추구한 제품이 다수 출시되었습니다. 이를테면 N 시리즈 노트북은 ‘소닉마스터’ 사운드 디자인과 명품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 스피커를 적용하는 등, 고품질 멀티미디어 노트북을 추구하지요. 그리고 G 시리즈 노트북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3D 입체 영상 기능 대응의 게이밍 노트북입니다. 그리고 슈퍼카 ‘람보르기니’ 브랜드의 노트북과 넷북 등도 나올 것이고요. 비단 노트북뿐만 아니라 메인보드 역시 프리미엄급 제품을 다수 출시하여 타사와의 차별화에 나설 것입니다.”

단순한 ‘한국 지사’로 머물고 싶지 않아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라고 한다면, 한국 지역에서의 마케팅 및 제품 공급에 그 역할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수스코리아 역시 이러한 선입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듯한데, 아수스코리아와 아수스 본사의 관계는 어떠할까?

“한국 지사라고는 하지만 본사와의 단순히 마케팅 및 유통 업무만 하지는 않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얻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본사에 피드백(feedback: 전달)하여 아수스의 전체 전략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요. 이를테면 한국의 특성을 이용한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아수스 본사에 전달하여 이를 글로벌 시장 공략에 참고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본사에 피드백하여 아수스의 글로벌 전략에 영향을 준 것도 물론 의미 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다소 소극적인 활동이 아닌가 하는 감도 없지 않다. 아수스의 제품 개발에 대해 아수스코리아가 영향을 미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제품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일도 있었죠. 대표적인 것이 노트북 키보드의 오른쪽 시프트(Shift) 키의 크기 문제입니다. 해외 소비자들은 오른쪽 시프트 키를 그다지 쓰지 않기 때문에 해외 브랜드의 노트북은 노트북 키보드 전체의 크기를 줄이고자, 작은 오른쪽 시프트 키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한국 소비자로서는 이것이 큰 불편입니다. 그래서 제가 본사에 이를 개선해 줄 것을 적극 건의, 설득하여 최근 나오는 아수스 노트북은 오른쪽 시프트 키의 크기가 커졌죠. 앞으로도 이렇게 한국 소비자들의 요청을 적극 본사에 전달하여 제품 개선에 이바지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IT기업 아수스의 이미지, 한국에 심는다

이렇게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곽문영 과장은 IT동아의 독자들과 소비자들, 그리고 네티즌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아수스코리아는 지금도 물론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수스라는 회사 자체가 화려한 홍보나 마케팅보다는 제품의 품질 개선 및 기술 개발에 더 많은 힘을 기울이는 회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브랜드 홍보에 다소 힘이 덜 들어간 감이 있지요. 때문에 소비자 여러분은 이 점을 이해해 주시고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십시오. 브랜드가 아닌 품질을 팔기 위해 노력하겠으니 많은 응원을 부탁 드립니다.”

지금까지의 인터뷰에서 살펴본 것처럼, 아수스코리아는 한국에 아수스라는 이름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목표를 달성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밑바탕은 물론 제품의 품질이겠지만, 이를 알리기 위한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곽문영 과장과 같은 아수스코리아의 직원들 역시 이 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아수스가 글로벌 IT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한국 시장에 정착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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