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이 경쟁력이다]아프리카는 지금 ‘생물해적질’에 울고 있다

동아닷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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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바이엘’ 케냐 미생물로 당뇨치료제 생산, 英‘SR파마’ 에이즈 효과 우간다 세균 특허
세계 홍학 80% 서식하는 케냐 나쿠루 호수, 인근 마우 숲 대규모 벌채로 면적 점점 줄어

《지난달 22일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차로 3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나쿠루국립공원. 여의도 면적의 22배 크기(188km²)인 이곳은 56종의 포유류와 450종이 넘는 조류의 보금자리이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1990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나쿠루 호숫가에서는 수만 마리의 홍학이 이따금 머리를 물에 담갔다가 뺐다. 현지 안내를 맡은 솔로몬 뮤네네 씨는 “먹이인 플랑크톤을 잡기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 마우 숲 파괴로 홍학 수 크게 줄어


나쿠루국립공원에는 전 세계 홍학의 80% 이상이 산다. 하지만 이곳을 대표하는 홍학이 크게 감소하면서 명성이 조금씩 잊혀지고 있다. 나쿠루국립공원 직원 조지프 카베레레 씨는 “올해 국립공원을 찾은 홍학은 80만∼100만 마리로 이전보다 반 이상 줄었다”며 “국립공원에서 서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있는 마우 숲에서 자행된 대규모 산림벌채 때문”이라고 전했다.

울창했던 산림이 없어지면서 산속의 토사가 빗물에 휩쓸려 내려왔다. 토사가 호수 밑바닥에 쌓이면서 호수의 면적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가뭄까지 겹쳐 홍학의 서식지가 크게 파괴됐다는 것이다.

케냐 정부는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재 1.7%에 불과한 국토면적 대비 산림면적 비율을 2020년까지 1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무심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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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자원 해적질로 아프리카 몸살

생물자원을 반출하는 ‘생물해적질’(biopiracy)은 아프리카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또다른 원인이다.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은 1995년 케냐의 루이루 호수에서 채취한 미생물(SE50)로 당뇨병 치료제 글루코베이를 만들어 특허를 출원했다. 독일 화학제품회사 ‘코그니스’는 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바오바브나무에 대한 국제특허를 냈으며 이 나무 잎으로 만든 화장품을 판매한다. 영국 제약회사 ‘SR파마’는 우간다에서 채취한 세균(R887R)의 특허를 냈다. 이 세균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과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티오피아에서 오래전부터 약재로 쓰여 온 장미과 교목(학명 Hagenia abyssinica) 등 약용식물 4종의 특허는 이를 채집한 미국 연구진이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해당 생물자원을 보전해 온 지역사회에 어떤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 이는 ‘유전자원을 활용해 얻은 이익은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규정한 유엔의 생물다양성협약에 어긋나는 행위다. 게메도 달리 에티오피아 생물다양성보전연구소장은 “아프리카 등지에 있는 생물자원을 허가 없이 가져가 특허를 내고 무단으로 이용하는 일은 사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아킴 슈타이너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도 “해당 지역 사람들이 동식물을 잘 보전한 덕에 새로운 제품이 나올 수 있었던 만큼 이로 인한 경제적 이익은 지역주민들과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 에티오피아는 생물자원 반출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고 자국 생물 지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국제적인 법은 없는 상태다.

케냐의 나쿠루국립공원에는 전 세계 홍학의 80% 이상이 산다. 하지만 주변의 산림이 파괴되면서 홍학의 삶도 위협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생명공학산업 발전을 위해 해외 생물자원이 필요한 우리나라는 이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달리 소장은 “생물자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윈윈’하는 생물자원 개발을 위해 2007년 중국에 생물소재공동연구센터를 개소한 데 이어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에도 차례로 문을 열었다. 올해 8월에는 콩고민주공화국 국립킨샤사대와 생물소재연구센터 구축 등 생명공학 분야 공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혁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은 “생물자원 탐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진행하는 건 한국이 처음”이라며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사회에서 생물해적질은 이제 가능하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나이로비(케냐)·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위부터 1973년, 2000년, 2008년의 마우 숲 사진. 유엔환경계획(UNEP)은 2009년 지난 20년 동안 마우 숲의 25%에 이르는 10만7000ha의 숲이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사진 제공 UN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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