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에서 특수법인으로 바뀌기 전까지의 국립중앙의료원은 박재갑 초대 원장의 표현대로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같았다. 시설 노후, 만성적자, 경직된 서비스….
박 원장은 “부도난 병원으로 알려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병원 환경은 한마디로 기가 찼다”면서 “입구의 경비원은 드나드는 사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화장실은 청소가 안 돼 있었을 뿐 아니라 수술장도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부임하자마자 원장실부터 바꿨다. 현 원장실인 301호의 크기는 13.2m²(약 4평). 99m²(약 30평) 크기의 기존 원장실은 최근 영입한 한대희 뇌심혈관센터장(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과 안면기형 성형으로 유명한 박철규 성형외과장(전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연구실로 내줬다.
301호에는 벽에 붙은 책상 4개가 빠듯하게 들어차 있다. 책상은 박 원장, 전임의, 비서가 각각 사용한다. 원장실 입구엔 명패도 없다.
그는 지저분한 환경과 노후시설을 확 바꿔 병원에 대한 느낌을 개선하는 데 나섰다.
수술복과 수건 등이 어지러이 놓여 있던 수술장에는 수술 의사와 간호사를 위한 개인 사물함을 제공했다. 불결했던 화장실은 천장 도색, 조명 교체, 바닥 보수를 했다. 또 경비를 전문 업체에 맡겨 환자 보호를 위해 아무나 들락거리지 못하게 했다.
병원 재정에도 메스를 들이댔다.
박 원장은 “편법으로 지원했던 부서 운영비를 간호사 2만 원, 레지던트 10만 원, 전문의 20만 원씩으로 책정했다”며 “흑자가 날 때까지 병원이 쓰는 돈을 10원 단위까지 일일이 직접 챙길 작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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