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게 생긴 솔비나무(왼쪽)와 다릅나무 사진. 두 종은 특정 유전자의 위치와 개수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연구를 통해 솔비나무가 국내 고유종임을 입증했다. 사진 제공 국립생물자원관
국내 고유종인 솔비나무와 아시아에 두루 분포하는 다릅나무를 구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겉모습이 비슷해 같은 종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염색체를 비교하면 바로 구별이 된다. 이처럼 토종 희귀 및 멸종 위기 식물의 염색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면 희귀종을 되살리는 한편 우리나라 고유종에 대한 생물주권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6월부터 약 9개월간 한반도에 사는 희귀 및 멸종 식물 45종의 염색체를 분석해 솔비나무 세뿔투구꽃 두잎감자난초 등의 염색체 정보를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4일 발표했다. 염색체는 생물의 유전자를 담고 있는 막대 모양의 구조다.
솔비나무는 제주도 한라산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이지만 외양이 유사한 다릅나무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생물자원관 김수영 박사는 “솔비나무와 다릅나무의 염색체를 비교한 결과 두 종 간에 특정 유전자의 위치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며 “솔비나무가 다릅나무와 다른 고유종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남부지방에 사는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2급종인 세뿔투구꽃의 염색체도 처음으로 분석했다. 김 박사는 “세뿔투구꽃은 자생투구꽃에 속하는 식물과는 차이가 났다”며 “해당 식물군의 기원을 규명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자원관은 앞으로 야생·동식물보호법으로 보호하도록 지정된 식물 65종에 대한 염색체를 추가로 조사한다. 이 정보는 희귀 및 멸종 식물을 보존하고 경제성이 높은 새로운 품종 개발 등에 활용된다. 김 박사는 “국내 자생 식물이 4000여 종에 이르고 있으나 염색체 연구는 20% 이하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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