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 발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7일 09시 35분


"5, 4, 3, 2, 1, 발사."

16일 오후 2시28분 미국 플로리다주 메리트섬에 위치한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케네디우주센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통제센터의 카운트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발사대에 대기하고 있던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가 우뢰와 같은 굉음을 내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발사대에서 5km 정도 떨어진 미디어센터 잔디밭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나사 관계자 등 수백여명의 사람들은 순간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애틀랜티스호가 꼬리에서 내뿜는 하얀 연기는 구름처럼 피어올랐고 밝은 섬광은 멀리서도 눈이 부실 정도였다. 진동 소리는 얼마나 요란하던지 미디어센터에서 사진기를 들고 있던 손이 미세하게 떨릴 정도였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애틀랜티스

길이 56m(고체 로켓 부스터까지의 길이)의 애틀랜티스호는 발사 후 2, 3분 정도가 지나자 섬광만으로 위치를 알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하늘 높이 치솟았다. 잠시후 스피커에서는 애틀랜티스호가 시속 5000마일(8000km)로 날아오르고 있다는 설명이 흘러나왔다. (나사측의 사전 설명에 따르면 애틀랜티스호는 발사 8분28초후 시속 28160km로 비행한다.) 애틀랜티스호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우주왕복선이 날아오른 자리에는 연기 구름만 자욱했다.

불과 5분여만에 끝난 '쇼'였지만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애틀랜티스가 하늘 높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텍사스에서 왔다는 니컬러스 스위프트씨는 "그동안 TV 화면으로만 보던 우주왕복선 발사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라며 "이렇게 마음이 흥분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6명의 우주인과 1만3600kg의 화물을 실은 애틀랜티스호는 18일 오후 360km 상공을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해 화물을 내려놓고 우주정거장에 3개월여동안 머물러온 미국인 우주인 1명을 태운 뒤 27일 오전 9시57분경 케네디우주센터로 귀환할 예정이다. 애틀랜티스호가 싣고 있는 화물은 앞으로 국제우주정거장이 수년간 쓰게될 여분의 부속품과 각종 실험 장비들이다. 또 애틀랜티스호의 우주인들은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동안 3차례 유영을 할 계획이다.

나사의 불투명한 미래 우주개발 계획

애틀랜티스호 발사 1시간 후 기자회견을 가진 나사 관계자들도 이날의 발사 성공에 대해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사의 마이크 라인박(Mike Leinbach) 발사담당 국장은 "오늘은 '이례적이기는 해도' 발사 과정이 워낙 순조롭게 진행돼 별로 할 얘기가 없다"고 말해 기자들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의 우주왕복선 발사 성공을 마냥 기뻐하지는 못할 정도로 나사 앞에는 무거운 현실이 놓여 있다. 애틀랜티스호를 포함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3대의 우주왕복선은 내년 9월까지 5번의 발사를 끝으로 퇴역할 예정이다. 20년 넘게 유지돼온 우주왕복선이 노후화돼 안전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예산을 너무 많이 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나사는 우주왕복선을 대체할 차세대 유인 우주선을 2015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지만 예산상의 제약 등으로 순조롭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옛 소련과 우주탐험 경쟁을 벌이던 1970년대 미국 전체 예산의 3% 수준을 차지하던 나사의 예산은 현재 0.6% 수준까지 줄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나사 예산 삭감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내년 미국 연방정부 예산안에서 나사에 얼마나 배정될지가 관심사다.

나사는 우주왕복선이 퇴역하는 2010년 이후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이용해 미국의 우주인을 우주정거장으로 실어나른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상황 때문인지 16일 기자회견에서도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의 우주탐험 문제와 차세대 우주선의 개발 시기, 나사의 예산 문제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나사의 우주탐험 담당 총책임자인 빌 거슨마이어(Bill Gerstenmaier) 국장은 "내년 예산은 몇 개월이 지나야 알 수 있으며 차세대 우주선 개발은 2014년이 될 수도 있고 2015년이나 2016년이 될 수도 있는 먼 미래의 문제"라며 질문을 비켜갔다.

나사는 우주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이날 애틀랜티스호 발사에 100명의 트위터들을 처음으로 미디어센터에 초청하기도 했다. 이들 트위터들은 자신들을 따르는 15만명의 친구들(폴로어·follower)에게 문자 서비스를 보내 애틀랜티스호 발사 순간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국제협력 확대로 돌파구 마련하려는 나사

나사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참여 국가 확대 등 우주 탐험의 국제협력을 확대해 예산상의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1998년 건설을 착수해 2011년 완공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440억 달러의 예산을 썼다. 미국 정부는 향후 예산 계획도 2015년까지만 세워두고 있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이 주요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데 나사는 중국 인도 등 다른 나라들의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나사의 존 유리 우주정거장 담당 국장은 15일 본보 기자에게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국제우주정거장 운영에 다른 나라들이 참여하면 예산상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고 각국이 보유한 기술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 참여할 나라중 하나로 한국도 적극 검토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나사는 또 달에 유인 우주기지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달 탐사 프로젝트'에도 국제협력을 통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유리 국장은 한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 참여 여부에 대해 "나사는 달 탐사 프로젝트에 14개국 정도가 참여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의 참여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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