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30분후 샤워하고 시원한 주스 먹는다?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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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양 산후조리 ‘금기’의 진실

아기를 낳은 뒤 산모와 친정어머니는 종종 ‘선풍기를 켤 것이냐 말 것이냐’로 한판 싸움이 붙는다. 날씨는 선선해졌지만 산통에 지친 산모는 땀범벅이 된다. 그러나 친정어머니는 “찬바람을 쐬면 평생 뼈가 흔들거린다”며 선풍기 근처에도 못 가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땀을 조금이라도 씻어내려고 찬물에 손을 담그면 어른들은 또다시 “그러다 손목이 시큰거려 못써”라며 말린다. 산모가 일어나거나 외출하려고 하면 “뜨끈한 방에서 몸을 풀어야 한다”고 만류한다. 몸이 회복될 때까지는 샤워나 목욕도 하지 말라고 한다. 이런 방법이 옳은 것일까.


○ 서양은 ‘차갑게’, 아시아는 ‘뜨겁게’

뜨끈한 산후조리에 익숙한 한국 산모들은 서양의 산후조리 방법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산후조리를 할 때 특별한 금기사항이 없다. 아이를 낳고 30분이 지나면 간호사는 산모에게 샤워를 하라고 권한다. 분만을 하느라 땀에 젖었기 때문에 기분도 전환하고 위생상태도 개선할 겸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것. 샤워가 끝나면 분만과정을 통해 빠져나간 혈액과 체액을 보충하기 위해 시원한 주스를 준다. 출산을 할 때 아기가 쉽게 질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회음절개술을 한 경우에는 통증을 가라앉히고 부기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냉찜질도 한다.

서양 산모들은 산후에 특별한 보양식도 먹지 않는다. 출산 다음 날에도 평상시와 비슷하게 빵, 샐러드, 커피 등을 먹는다. 단지 영양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할 것을 권하는 정도다. 6주가량 미역국과 밥을 매끼 먹으며 하루 중 대부분을 누워있는 한국 산모들과는 달리 서양에서는 일주일이 지나면 몸이 상당히 회복했다고 본다. 심지어 미국간호협회의 산모지침서에는 ‘6주 뒤에는 수영도 가능하다’고 적혀 있을 정도다.

배경미 동의대 한의대 한방부인과교실 연구원은 “산후조리 방법은 문화권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한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해야 회복이 빠르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만 그런 것은 아니다. 과테말라에서는 산모가 몸을 씻을 경우 꼭 뜨거운 물로만 하도록 권하고 있고, 멕시코 역시 산모가 머리 감는 것을 산후 40일까지 금하고 있다. 아랍권도 산모는 뼈가 열려 있기 때문에 찬 음식이나 찬 음료수를 먹으면 나이가 들어 관절염이나 류머티즘에 걸릴 수 있다고 믿는다. 배 연구원은 “아시아 국가들 중 유일하게 일본만 특별한 산후조리를 하지 않는데, 아마도 서양의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양은 동양과 달리 ‘차갑게’
보양식 없고 커피 마시기도
멕시코-아랍도 찬음식 금물
日은 특별한 산후조리 없어

○ 골반 탄력도가 떨어져 회복 느리다?

산모들은 전통적인 방식과 병원에서 가르쳐주는 산후조리 방법이 달라 헷갈린다.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한국 산모가 원정출산을 가서 미국 산모처럼 바로 샤워했다가 몸져누웠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었지만, 의학적으로 분석하기에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의학자들은 아시아 사람들이 출산 후 회복이 더딘 이유를 나름대로 골반 탄력도에서 찾고 있다. 호주 로열병원의 핸스 피터 디츠 박사는 2003년 ‘왜 아시아 여성은 서양 여성보다 골반 탄력도가 떨어질까’라는 논문을 통해 “골반이 잘 늘어나고 회복이 빠른 서양 여성들에 비해 아시아 여성들은 골반이 잘 늘어나지 않고, 질의 신축성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산모를 편하게 해주는 건 동서양 같아”▼

실내온도 24도가 적당

동서양의 산후조리법이 꼭 다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산모를 편안하게 쉬도록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같다.

양재혁 관동대 의대 제일병원 교수는 “산모가 잠을 충분히 자도록 하고,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세계 어디나 비슷하다”고 말했다.

가벼운 샤워도 공통점이다. 체온과 비슷한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5∼10분 정도 샤워하는 것은 오히려 혈액순환을 도와 몸의 회복을 돕는다는 것. 날씨가 서늘하지 않다면 20∼30분 정도 가볍게 산책을 하는 것도 세계 어디서나 권유하는 산후조리법이다.

이 밖에도 임신기간 증가했던 체내 수분이 출산 후 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흡수성이 뛰어나고 가벼운 재질의 옷을 입도록 권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양 교수는 “전통 조리방법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뜨거운 방에서 억지로 땀을 흘리는 것은 좋지 않다”며 “자연스럽게 땀을 배출하도록 실내온도는 24도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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