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뒤지면 다 나온다’ 누리꾼 수사대

  • 입력 2009년 5월 9일 18시 06분


최근 인터넷은 프로게이머 임요환(29, SK텔레콤)과 탤런트 김가연(37)의 열애설로 들썩였다. 본인들이 부인하는 열애설이 어떻게 퍼지게 되었을까.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다. 지난해 12월 임요환이 공군에서 제대 하면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하자 일부 누리꾼들은 그의 여자친구 찾기 수색 작전에 돌입했다. 임요환의 미니홈피를 '파도타기(링크를 타고 방문)'하며 지인들의 미니홈피를 샅샅이 뒤진 끝에 6일 오전 임요환이 탤런트 김가연의 볼에 키스하는 증거 사진(일명 '인증 샷')을 찾아낸 것. 당사자들은 "친한 누나 동생 사이"라며 열애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누리꾼들은 믿지 않는 눈치다.

각종 사건이나 연예인들의 근황을 수소문해 발 빠르게 전하는 불특정 다수의 '누리꾼 수사대'가 점차 집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연예인의 콧대나 턱선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성형전후 비교 사진'을 들이대는 누리꾼 수사대의 '활약'에 성형사실을 털어놓는 연예인들도 나타났다. 솔비와 단지가 그 같은 경우다.

누리꾼들은 재미삼아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집요하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때문에 '스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라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선 누리꾼 수사대의 활동을 두고 방송문화의 일방적인 소비자였던 대중이 적극적으로 팬덤 문화를 이끌어 가는 현상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누리꾼 수사대가 열애설이나 성형 같은 '말랑말랑'한 분야에서만 활약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학력 위조나 수배자 검거 같은 사건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인기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훈남 사장 '태봉이' 역할을 맡은 탤런트 윤상현의 학력도 누리꾼들에 의해 들통 났다.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된 그의 학력은 중앙대학교 시각디자인 학과 졸업. 정작 중앙대에는 시각디자인 학과가 없어 학력 위조 논란이 일자 윤상현의 소속사 측은 "전 소속사에서 프로필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조사 결과 윤상현이 데뷔 초기에 한 인터뷰에서 "중앙대 시각디자인학과를 나왔다"라고 말한 사실이 탄로나 '아니 한만 못한' 해명이 되고 말았다.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출연중인 개그맨이 살인미수 혐의로 지명 수배된 해외도피 용의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는 바람에 해당 용의자가 검거된 사례도 있다. 지명 수배자였던 김 모 씨가 지난해 5월 필리핀 마닐라의 호화 주택에서 개그맨 등 연예인 3명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려놓자 누리꾼들이 이 사진을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김 씨의 꼬리가 밟히게 된 것. 김 씨는 3월 중순경 현지 경찰에 붙잡혔으며 현재 검찰은 김 씨가 벌였던 불법 사채업과 연예인들과의 관계 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누리꾼 수사대가 지나치게 연예인 사생활을 파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역할로 스타덤에 오른 이민호는 최근 벤츠 승용차를 구입했다는 소문에 휘말렸다. 이민호가 벤츠 매장을 방문한 것을 본 한 팬이 인터넷 게시판에 '우리 민호가 벤츠를 탄다'고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이민호는 시승만 하고 차를 사지는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이민호가 GM코리아의 캐딜락 홍보대사였던 것. 그가 경쟁사의 자동차를 구입했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은 '신의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이민호는 "스타로서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으나 주변에 따르면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유명인이라고 해서 사생활을 자꾸 들추는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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