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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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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박사 “논문 조작에 고의성은 없었다” 주장
‘윤리적 흠결’ 이유로 줄기세포 연구는 발묶여
1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줄기세포 논문조작과 연구비 횡령, 난자 불법매매 혐의(사기 등)로 불구속 기소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등 6명에 대한 40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날 법정은 여느 때처럼 황 박사의 지지자 150여 명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황 박사에게 유리한 증언이 나올 때마다 박수를 치거나 “그렇지”라며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법원 주변에는 재판 중지와 연구 재개를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걸렸다.
2년 10개월째 진행 중인 재판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지켜봤다는 한 지지자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줄기세포 특허권을 미국에 넘겨주는 것은 매국행위”라며 “재판을 하루빨리 끝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5년 말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나 ‘국민 영웅’에서 ‘사기 혐의자’로 전락한 황 박사가 다시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재정적 지원을 재개키로 함에 따라 한국도 줄기세포 연구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부터다.
▽“올해 안에 선고한다”=황 박사 재판의 쟁점은 △논문 조작 책임 범위 △연구비 횡령 및 편취 △불법 난자 매매 혐의 등 3가지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배기열)는 2년 10개월 동안 첫 번째 쟁점인 ‘사이언스지 논문의 데이터 조작 책임 범위’에 대해 주로 심리했다.
16일 재판에도 황 박사 연구실에 파견 나왔던 미즈메디병원 연구원 김모 씨가 증인으로 나와 “줄기세포 수립 과정을 참관만 했을 뿐 실제로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 박사는 “사실과 다르다. 속이지 말라”며 발끈했다. 이전의 공판에서도 황 박사는 “검증 단계마다 포괄적 지시를 내린 것은 인정하지만 연구원들이 데이터 작업을 하며 실수하거나 조작한 것까지 일일이 다 알 수 없었다”며 데이터 조작에 고의성이 없었음을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황 박사가 논문 조작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심리하기 위해 지금까지 70여 명의 증인을 불러 심문했고, 앞으로도 20명가량의 증인을 더 심문할 예정이다.
배기열 부장판사는 “가장 큰 쟁점인 논문 조작 책임 범위 부분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며 “나머지 연구비 횡령이나 불법 난자 매매 혐의 부분은 쟁점이 비교적 간단해 상반기 안에 심리를 마치고 올해 안에 선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 재개될까=황 박사는 재판과정에서도 여전히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자신의 연구팀이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황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을 조사한 정명희 전 서울대조사위원회 위원장도 올해 초 재판에 나와 “2005년 말 맞춤형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식으로 단정해 말한 것을 사과한다”며 현재까지 누구도 맞춤형 줄기세포의 진위를 판별하기 힘들다는 점을 털어놨다.
검찰도 논문 조작은 확신하면서도 “맞춤형 줄기세포 진위는 학계에서 가려야 한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황 박사는 자신이 이끄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맞춤형 줄기세포 확립을 재연하겠다며 연구 승인 신청을 했지만 지난해 8월 보건복지가족부는 ‘연구자의 윤리적 자질’을 문제 삼아 이를 거절했다.
수암연구원은 현재 형질전환 복제 소 연구, 바이오장기 제공처로 이용할 수 있는 복제 돼지 연구, 복제 개 연구를 비롯해 동물의 복제배반포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