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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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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사업 10년만에 첫 야생번식 ‘경사’
지난해 5월 전남 구례의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발신 정보를 분석하던 송동주 센터장의 심장이 갑자기 쿵쿵 뛰기 시작했다.
지리산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 15마리 가운데 암컷 한 마리와 수컷 한 마리가 함께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직감했다.
“녀석들이 짝짓기를 하고 있구나.”
몇 달을 기다린 송 센터장은 지난달 말 발신기 교체 겸 출산 여부 확인을 위해 곰들이 겨울잠을 자는 지리산 바위굴을 찾았다. 바위굴에 고성능 마이크를 집어넣었다.
마이크를 통해 “츄츄츄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츄츄…’는 반달가슴곰 새끼가 젖을 찾지 못할 때 어미를 깨우는 소리.
송 센터장은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성공이다!”
곧이어 그는 2005년 북한에서 들여와 방사한 장강(8호)과 송원(10호)이 새끼를 한 마리씩 품고 바위굴에서 겨울잠(동면)을 자는 모습을 발견했다.
지리산에 풀어놓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반달가슴곰이 야생 상태에서 교미하고 출산한 것은 1998년 12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시작된 뒤 이번이 처음이다.
새끼를 낳은 어미 반달가슴곰 두 마리는 모두 초산이며 생후 5년이 됐다. 새끼의 몸길이는 20∼30cm, 몸무게는 1∼1.5kg. 머리는 어른 주먹 크기 정도다. 발육상태로 미뤄 30∼50일 전인 1월에 출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달가슴곰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329호.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국제적 멸종 위기종으로 등록돼 있다.
송 센터장은 “어미 반달가슴곰에게 부착해 놓은 발신기를 통해 파악한 이동 정보와 생리 특성을 고려할 때 교미 시기는 지난해 5∼9월 정도로 추정된다”며 “방사된 곰이 혹독한 날씨에 동면을 거쳐 출산한 것은 자연에 적응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19세기까지 한반도에는 상당수의 반달가슴곰이 살았지만 일제의 해로운 짐승 박멸정책과 보신 문화, 서식지 파괴 등으로 거의 멸종했다.
2000년과 2002년 지리산에서 국내종 반달가슴곰이 발견됐고 현재 5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반달가슴곰이 발견됐을 때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이 반달가슴곰 서식에 적절한 환경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6년째인 2004년부터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에서 새끼 반달가슴곰 27마리를 들여와 지리산에 풀어 놓았다. 이후 12마리가 죽거나 야생 적응에 실패해 돌아왔으며 현재 암컷 9마리와 수컷 6마리 등 15마리가 자연 상태로 살고 있다.
이번 반달가슴곰의 출산은 고유종 복원사업의 성과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일단 이들 새끼의 발육상태를 봐가면서 유전자 감식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