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씨 증권정보사이트에도 다른 필명으로 글올렸나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문체-길이 아고라 것과 달라

‘미네르바’ 글인지 논란 일듯

‘미네르바’로 지목돼 구속 수감된 박모(31)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한 증권정보 사이트에도 100여 건의 글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글은 ‘미네르바’가 아닌 다른 필명으로 쓰인 데다 글의 길이나 문체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박 씨가 썼다는 글과 크게 달라 진위 및 공범 유무 등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2일 검찰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 인물은 지난해 10∼12월 한 증권 관련 사이트에 박 씨의 주민등록번호로 회원 가입한 뒤 ‘옆집 김씨’라는 필명으로 100여 건의 짧은 글을 올렸다.

그는 10월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보면서’라는 글에서 “딱 보니까 이제 내일 대폭락은 기정사실로 보이는구나”라며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을 남겼다. 그의 글은 그 후 일주일간 집중적으로 작성됐으며, 11월엔 글쓰기를 중단했다가 12월 12∼21일에 다시 약 20건의 글을 남겼다.

이 글들은 대부분 아고라에 올려진 미네르바의 긴 글과 달리 단문 3, 4개로 이뤄졌고 저속한 말이 뒤섞여 있었으며 주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또 자신을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미네른지 화이바인지 떠들지 말고 그 노인네가 쓴 것만큼 써 보든가”라며 미네르바를 옹호하는가 하면, ‘미네르바가 한 가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죠’라는 글에서 “미네르바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정부가 연기금을 퍼부어댈 줄은 미처 생각 못 했던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 씨가 아고라에 자신이 미네르바로 쓴 글을 비호하기 위해 다른 사이트에 글을 썼거나, 다른 미네르바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박 씨가 아고라 외의 다른 사이트에 올린 글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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