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너무 깨끗해도 탈! 답답한 아파트도 탈!

  • 입력 2008년 10월 22일 03시 00분


씩씩하게 뛰놀면 흙투성이 아이도 ‘튼튼’

탄산음료 → 물, 화학섬유 → 면… ‘인공의 숲’ 탈출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그 시절….

아이들의 피부는 거무튀튀하게 그을렸지만 건강해 보였다. 흙에 떨어진 사탕을 날름 집어삼켜도 복통 한 번 겪지 않았다. 먼지 자욱한 운동장에서 해가 저물 때까지 뛰어놀았지만 일교차 때문에 감기에 걸리는 아이는 드물었다.

이런 과거를 모르는 2000년대 대한민국 여느 도시의 아이들.

피부색은 우윳빛처럼 말갛지만 자세히 보면 팔이며 목이며 다리에 긁은 자국이 선명하다. 상하지 않은 음식을 먹어도 복통을 호소한다. 일교차가 심하면 어김없이 자지러지게 기침을 해댄다.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은 너무 깨끗한 환경 때문에 오히려 병원체와 접촉할 기회가 적어져 면역체계가 약해져서 병에 더 잘 걸린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대표적인 면역성 질환인 알레르기 질병을 설명할 때 단골로 등장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코로 나타나면 비염, 호흡기로 나타나면 천식, 피부로 나타나면 아토피피부염을 일으킨다. 비염, 천식, 아토피피부염은 한 배에서 태어난 쌍둥이인 셈이다.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아이에게서 비염이나 천식이 더 잘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생가설을 인정하지 않는 의학자들도 더러 있다. 그들은 문명의 이기에서 병의 원인을 찾는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시사철 난방이 잘되는 아파트는 건조한 환경을 만든다. 고층 아파트는 환기가 안 돼 병원균이 살기 좋은 장소다. 유제품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빨래를 끝낸 옷에는 여전히 세제 찌꺼기가 남아 있다.

그 어느 쪽 이론을 따르더라도 부모는 답답하다. 어쨌든 아이들은 질병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자외선까지 아이들의 피부를 노리고 있다. 오존층의 농도가 1% 줄어들면 자외선 지수는 2% 증가한다. 피부층이 얇은 백인들은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암을 걱정하는 신세다.

대기의 기온도 상승하고 있다. 지구가 더욱 건조해지는 것. “아이들 피부가 걱정”이라는 푸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다. 이때 화산재와 유황가스가 사방으로 뿜어졌다. 기온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그해 평균 기온은 다른 해보다 1.3도 낮았다. 자연을 ‘정복’한 인간은 여전히 오만하지만 자연은 태초의 질서를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

위생가설을 따르겠다고 아이들에게 흙을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이 얼마나 중금속에 오염돼 있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의료기술에 기대 피부에 좋다는 크림을 잔뜩 발라볼까.

그러나 이때도 아이들의 피부건강을 장담할 수는 없다. 잘못된 생활습관과 환경부터 고쳐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해법은 영영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뽀송뽀송한 아이 피부를 유지하려면 어떤 생활습관을 가져야 할까.

기온이 내려가면 아이가 추울까봐 뜨거운 물을 쓰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때를 벅벅 밀어줘도 안 된다. 비누로 가볍게 문지른 뒤 따뜻한 느낌이 들만큼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씻어준다.

솜털 같은 피부는 비누를 많이 쓴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나치게 세정력이 강한 비누는 오히려 피부보호층을 파괴시킨다. 아이에게는 어린이 전용 비누가 좋다.

탄산음료도 아이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탄산음료의 화학성분은 피부의 수분을 앗아간다.

피부에는 물이 최고의 보약이다. 어릴 적부터 탄산음료보다 물을 먹이는 습관을 들이면 성인이 돼서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화학섬유는 피부를 거칠게 만든다. 아이에게 예쁜 옷을 입히는 것만큼 피부에 자극이 적은 재질의 옷을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 피부에는 면으로 된 옷을 입히는 것이 가장 좋다.

야외에 나갈 때 햇빛을 가리기 위해 부모는 선글라스와 모자를 꼭꼭 챙겨 쓰면서 아이는 맨 얼굴로 내보내지는 않는지 되돌아보자. 자외선은 아이 피부에도 적이므로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발라준다. 아이 피부에 좋은 생활습관을 들이려면 아이 본인의 관심이 중요하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부모의 책임이고 노력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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