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드득∼ 뽀드득” 이갈이 심하면 사각턱 된다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치아 균열-마모되고 치통-편두통 유발

스트레스 등 원인… 교합안전장치 효과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주부 김현정(38) 씨는 5세 아들 준서가 잠자리에서 이를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혹시 이가 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내성적인 성격의 준서는 유치원에서 또는 친구와 놀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면 더욱 심하게 이를 간다.

잠을 잘 때 이를 가는 사람이 많다. ‘이갈이’는 연령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어린이의 7∼20%, 성인의 15∼90%가 이를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욱 서울시치과의사회 홍보이사는 “이를 갈 때 치아가 서로 맞물리면서 내는 힘은 매우 크다”면서 “이갈이로 인한 치아의 균열과 마모는 치아의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말했다.

9일 치아의 날을 맞아 서울시치과의사회 이정욱 홍보이사와 이상호 홍보간사의 도움말로 이갈이의 원인과 예방법을 알아봤다.

○ 치아도 휴식 취해야 건강해져

이를 갈면 턱 관절에 힘을 주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서 턱이 아프다. 입을 벌리기가 힘들 만큼 아플 때도 있다.

치아는 음식을 씹을 때, 말할 때, 침을 삼킬 때 등을 제외하면 서로 닿지 않고 휴식을 취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갈이가 심하면 치아끼리 닿아서 균열이 생기고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위의 조직이 닳게 된다. 이로 인해 치통이 생기기도 한다.

이갈이는 사각 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각 턱은 턱뼈 이상이 아닌 씹는 턱의 근육, 이른바 ‘저작근’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생긴다. 저작근은 껌, 오징어, 딱딱한 음식을 오래 씹어 커지기도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이갈이 증상이다.

만약 자고 일어났을 때 턱 근육이 뻐근하다면 혹시 간밤에 이를 갈지 않았는지 주변에 물어보는 것이 좋다. 심한 이갈이는 편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 스트레스 쌓이면 이갈이 심해져

왜 이를 가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가 이를 갈 때는 △친구 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부모님과 선생님에게서 심한 꾸지람을 들었거나 △무리한 활동으로 심한 피로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는 아이가 집안이나 단체생활에서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 살펴보고 스트레스 요인을 줄여줘야 한다.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거나 안아주면 아이가 안정감을 느껴 이갈이가 줄어든다.

유치에서 영구치로 넘어가는 치아교환기(5∼12세)에 잇몸이 간지럽거나 불편해서 일시적인 이갈이가 생길 수도 있다. 이때는 영구치가 나오면 이갈이 증세가 사라지므로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성인의 경우에는 스트레스 외에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이를 갈기도 한다. 중추성 수면장애가 있을 때 이를 가는 것이다. 심신이 정상적인 상황인데도 이갈이를 한다면 수면 관련 진료와 상담을 받아본다.

○ 교합안전장치나 약물치료가 많아

스프린트 요법은 이갈이에 가장 효과적이면서 많이 사용되는 치료법이다. 마우스피스와 비슷한 교합안전장치를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끼우는 것이다.

주로 수면 중에 사용하는 이 장치의 재질은 치아의 재질인 에나멜보다 부드럽기 때문에 치아의 마모를 예방할 수 있다.

근이완제인 다이아제팜, 메트칼바몰 등은 단기적으로 이갈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약물의존, 부작용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장기간 복용은 피하도록 한다.

보톡스를 저작근 부위에 주사해 근육을 마비시켜 이갈이를 막는 치료법도 있다. 효과에 비해 진료비용이 많이 들고 얼굴 표정이 다소 부자연스러운 단점이 있지만 스프린트 치료보다 불편감이 적은 편이다. 보톡스와 스프린트 복합치료법도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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