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바이오마커 따라 암 표적공격 맞춤치료”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2008 美임상종양학회 암치료 최신 경향 소개

《“암 치료의 미래는 암을 만성질환처럼 치료하는 것입니다. 완치는 힘들지만 꾸준히 치료하면 환자가 계속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신기술과 약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4만여 명의 종양전문가가 모인 가운데 5월 31일부터 6월 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08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암의 만성질환화’에 대한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됐다. 이번 학회에서는 ‘바이오마커(bio-marker·생체지표)’를 이용해 암세포를 좀 더 정확히 공격하는 맞춤치료와 약 하나로 여러 가지 암을 치료하는 ‘만능 항암치료제’가 단연 화제로 떠올랐다. 》

약 하나로 여러 암 치료 ‘멀티항암제’ 선보여

“암도 당뇨병처럼 꾸준히 관리하면 생명 유지”

○ 종양 조직 분석해 바이오마커 확인

요즘 백혈병, 위암, 대장암 등에는 표적치료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등장한 표적치료제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발암 과정의 특정 표적인자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정상 세포는 보호하고 암세포만 골라 파괴한다. 그런데 같은 종류의 암에 걸렸어도 환자마다 표적항암제에 효과가 달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이오마커다. 바이오마커는 암을 활성화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DNA다. 사람의 지문이 모두 다르듯이 암 환자의 바이오마커도 모두 다르다.

이번 학회에서는 바이오마커 기술을 활용한 독일 머크사의 항암제 ‘얼비툭스’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이 발표됐다. 에릭 반 쿠쳄 벨기에 루뱅 가스투이스베르크대병원 소화기종양내과 교수는 대장암 환자 540명에게 얼비툭스를 처방한 결과 돌연변이형이 아닌 정상형 KRAS(대장암의 바이오마커)를 가진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암 세포 표면에는 암을 증식시키는 EGFR라는 단백질이 생기는데 얼비툭스는 이 단백질과 결합해 암 세포가 커지는 것을 막는다.

이때 KRAS의 형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정상형이 아닌 돌연변이형 KRAS를 가졌다면 얼비툭스가 암 세포 표면의 단백질을 차단해도 암 세포가 계속 커진다.

환자의 종양조직을 분석해 바이오마커가 돌연변이형인지, 정상형인지 정확히 파악하면 어떤 환자에게 특정 항암제가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 바이오마커 정보를 모르면 고가의 항암제를 써도 효과가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학회에 참석한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미래에는 자신의 바이오마커 정보를 휴대 정보저장 기기에 가지고 다니며 그에 맞는 항암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 신장암 치료제, 간암에도 효과

종전의 항암제는 1개의 약이 한 형태의 암에만 적용됐지만 최근에는 1개의 약으로 여러 종류의 암을 치료하는 ‘멀티 약(Multi-action Drug)’이 나오고 있다.

신장암 치료제로 알려진 ‘넥사바’(바이엘)의 경우 간암 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임상결과가 이번 학회에서 발표됐다. 넥사바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되면 내년 중으로 국내에서도 시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장암 치료제 얼비툭스는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신장암 치료제 ‘수텐’(화이자)은 현재 GIST 종양(희귀성 위암)과 진행성 신장암에 사용되고 있으며 대장암 치료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에드워드 김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박사는 “당뇨병이나 심장병이 완벽히 치료되기보다 만성질환이 되듯이 미래에는 암도 꾸준히 치료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쿠쳄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전혀 치료제가 없던 일부 암의 치료제가 나와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며 “치료가 어려운 암은 완벽히 제거하지는 못해도 환자가 무리 없이 생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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