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진원장의 성형에세이⑦] 성형외과 의사의 습관

  • 입력 2008년 5월 28일 09시 39분


내 직업이 성형외과 의사라고 하면 가끔씩 질문 받는 것 중 하나가 “그럼 사람들 수술한 거 다 알아볼 수 있어요?”라는 질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술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해서 마음먹고 알아보면 다 알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척보고 바로 알아맞히기는 힘든 경우도 많다. 보통 성형수술 여부를 한눈에 알아보기 위해서는 수술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되어있거나 수술 흉터를 찾을 수 있어야 가능한데, 요즘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목표로 성형하는 경향이 강하고 의사 역시 수술 흉터를 가리기 위한 시술적인 노력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수술 여부를 한눈에 쉽게 판단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보다는 더 잘 알아챌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얼굴의 비율상 코와 입술 사이의 각도가 저렇게 나오기가 쉽지 않다거나 몸매에 비해 저런 크기의 가슴이 나올 수가 없다거나 하는 등의 경험에서 나오는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판단하기가 더 수월한 면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사적인 자리임에도 성형외과 의사와 마주보고 있으면 자신의 얼굴을 분석하고 있을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분석을 하게 된다. 이는 거의 직업적인 습관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나에게 어디를 고쳐야겠느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무엇을 권해야할까’ 혹은 ‘수술을 한다면 무슨 방법으로 진행해야 하며 그것을 하고 난 후의 모습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거의 반사적으로 시작되어 머릿속에서 진행되어 나간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차를 타고 가다 신호등에 걸려 멈춰있을 때도 항상 바쁘다. 무의식적으로 앞에 보이는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분석과 계획을 끊임없이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내와 쇼핑을 하다가도 지나가는 여성의 가슴이 크면 반사적으로 ‘수술로 만든 가슴이라면 몇 cc의 실리콘 백이 들어갔겠구나’하고 계산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의학적인 관심에서 유방확대 보형물 중에 하나인 실리콘 백에 대해 아내와 토론을 시작하다 “그만 좀 쳐다보지?”하며 면박을 맞기도 한다.(참고로 나의 아내도 의사다.)

이런 습관이 성형외과 의사로서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결국 상상 속에서의 분석과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수술 결과와 환자 본인의 만족이다. 아무리 의사의 분석과 계획이 훌륭하다 할지라도 막상 수술을 받는 환자 본인의 마음에 들지 못하거나 환자가 기대하는 목표와 지나치게 다르다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수술 전 상담 시에도 내 스스로의 분석과 계획이 환자 본인의 취향에 얼마나 맞는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상의하여 서로의 생각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이 얼마나 실현가능한지, 또는 어떠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충분히 인지하고 수술이 이루어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내가 또 언젠가 누군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면 단지 의사로서 분석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내 아내가 믿어주길 바라며...

성형외과 인(분당 이인승성형외과) 최규진 원장 031-705-3337 (www.ilik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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