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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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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받침 같은 휘는 디스플레이 수년내 현실화
문자메시지 들어오듯 전자종이 속으로 ‘신문 배달’
1회 충전에 책 25권 읽어… “중요한건 뉴스 콘텐츠”
《“‘e-페이퍼(전자종이 신문)’의 내려받기 속도가 좀 느린데요, 애프터서비스(AS) 해주세요.”
신문사 고객센터에 “오늘 왜 신문이 배달 안 됐죠?”라는 문의 전화 대신 이런 독자 민원이 접수될 날도 머지않았다. 미래의 신문 콘텐츠는 종이가 아닌 ‘휘는(flexible) 디스플레이(전자종이)’에 실릴 것이란 전망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휘는 디스플레이’ 개발에 한창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연구소를 찾아 전자종이의 원리와 개발 수준 및 미래 신문 산업과의 접목 가능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전자종이 개발 한창
지난달 26일 오전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LG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센터. 휘는 디스플레이 개발이 한창인 이곳에는 국내외 전자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 및 언론과 광고업계 인사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아 연구에 지장이 있을 정도다.
이날도 미국 HP의 관계자들이 방문해 휘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박용인 책임연구원이 들고 나온 휘는 디스플레이는 초등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얇은 책받침을 연상하게 했다. 금속박(金屬箔·metal foil)이나 플라스틱 기판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유연성(flexibility)과 잘 깨지지 않는 내구성(durability)을 동시에 갖는다.
배불뚝이 브라운관이나 평판TV의 패널인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은 모두 유리 기판으로 만들어져 구부릴 수도 없고 작은 충격에도 잘 깨진다.
박 책임연구원은 “전자종이는 휘는 디스플레이의 궁극적 지향을 담은 용어이다. 종이처럼 가볍고 잘 휘고 운반도 편리한 디스플레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 몇 년 내 ‘전자종이 신문 시대’
같은 날 경기 용인시 기흥구 농서동의 삼성전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연구소’에서 만난 노남석 수석연구원은 “흑백은 물론, 컬러 전자종이 시대가 몇 년 안에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A4용지 크기의 휘는 디스플레이는 흑백과 컬러 모두 개발돼 있는 만큼 상용화가 가능한 본격적 양산 체제가 갖춰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전자종이 신문의 도래를 낙관하는 이유는 그만큼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종이와 마찬가지로 주변 밝기에 따라 반사된 가시광선을 통해 형상을 인지하기 때문에 눈의 피로도가 매우 낮다. 책이나 신문처럼 주위에 빛이 없으면 읽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반면 LCD나 PDP는 백라이트 등을 이용해 자체 발광을 하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 보기는 좋지만 눈의 피로도는 훨씬 높다.
전자종이는 전력 소모도 매우 적다. 전자잉크로 구동돼 페이지를 넘길 때만 전력이 필요하다. 엽서 크기(6인치)의 전자종이인 경우 한 번 충전하면 7500쪽, 즉 300쪽짜리 책 25권을 읽을 수 있다.
삼성전자 노 수석연구원은 “‘휘는 전자종이’ 수준을 넘어 ‘접는 전자종이’도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어떤 크기로도(Any size) 신문을 볼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종이를 들고 다니다가 아무 곳에서나 휴대전화 충전하듯 할 수 있고 관심 분야를 지정해 두면 문자메시지가 들어오듯 뉴스가 바로 ‘배달’되는 시대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흑백 전자종이에서 컬러 전자종이로, 나아가 동영상도 구현되는 전자종이로 진화할 것이다. 그러면 동아일보 전자종이 신문 위에서 동아닷컴의 인터넷 서비스가 구현되는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광고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많은 전력을 잡아먹는 야외전광판이 사라지고 종이 벽보처럼 전자종이 광고판을 아무 곳에나 붙일 수 있게 된다.
LG디스플레이의 박 책임연구원은 “디스플레이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종이 시대가 열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길 콘텐츠”라며 “전자종이 산업의 성패는 신문사 같은 주요 콘텐츠 생산자와 어떻게 협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용인=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안양=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