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중풍-심근경색 증상 ‘3시간안 병원 도착’이 치료 제1의 원칙

  • 입력 2008년 3월 10일 03시 00분


김정필(67·서울 광진구 구의동) 씨는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오른쪽 팔에 힘이 빠지면서 밑으로 축 처졌다. 마비가 온 것이다. 오른쪽 다리도 마찬가지로 마비돼 쓸 수가 없었다.

그는 왼손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30분이 지나자 점차 팔다리의 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가족은 뇌중풍(뇌졸중)을 의심했지만 “일단 좋아졌으니 다행”이라며 그냥 넘어갔다.

이틀 후 오전 8시경 또 마비가 찾아왔다. 몇 시간을 주물러도 효과가 없자 가족은 그를 데리고 동네 의원을 찾았다. 의원에서는 “뇌중풍이니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다. 그가 대학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자기공명영상(MRI)촬영 장치로 뇌를 찍어 보니 왼쪽 중간 대뇌동맥이 막혀 있었다.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취하고 입원했지만 마비된 오른팔과 다리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었다.

○ 골든타임(최적치료시간) 안에 도착한 경우 34.9%뿐

김 씨는 최초 증상이 발생하고 나서 이틀 후에야 응급실을 찾았다. 또 두 번째 증상이 나타나고 7시간 반이 지나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는 뇌중풍의 ‘골든타임(최적치료시간)’인 3시간을 크게 넘긴 것이다.

지난해 소방방재청 조사 결과 급성 뇌중풍 환자 1621명 중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566명(34.9%)에 불과했다. 급성 뇌중풍 이후 후유증이 없는 상태로 병원 문을 나서는 사람은 14.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장애가 남았으며, 도움이 없으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장애가 남은 환자도 27.9%에 달했다.

○ 뇌혈관 막았던 피떡 풀리면 정상 회복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은 평소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뇌중풍과 심근경색의 증상을 잘 모르고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뇌중풍이 일어나면 양쪽 팔다리가 대칭적으로 저리거나 힘이 빠지지 않고 대개 한쪽에만 마비가 온다. 또 균형감각을 잃어버려 일어서거나 걸을 때 자꾸 한쪽으로 넘어진다. 말을 할 때도 혀가 굳어버린 것처럼 웅얼웅얼하게 되고 주위가 빙빙 도는 것처럼 어지럽다.

뇌중풍 환자는 처음 이런 증상을 느낀 후 15∼30분 이내에 괜찮아진다. 뇌중풍은 뇌혈관이 터지거나(뇌출혈), 뇌혈관이 막혀(뇌경색) 나타난다. 뇌경색의 경우 혈관을 막고 있던 피떡(혈전)이 풀리면서 뇌가 제 기능을 되찾기 때문이다. 짧으면 1, 2분 안에 멀쩡해진다. 이런 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된다.

○ 10분 지나도 호전 안 되면 바로 병원으로

심근경색 역시 조금 쉬다 보면 통증이 가라앉을 때가 많다. 심근경색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장동맥(관상동맥)이 피떡 때문에 막혀 나타난다. 이 경우에도 피떡이 저절로 녹아 풀릴 수 있다. 그래서 가슴에 통증이 찾아와도 1, 2시간 동안 그냥 고통을 참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심근경색의 골든타임도 뇌중풍과 같은 3시간이다.

심근경색이 오면 가슴에 심한 통증이 온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통증의 한계를 10이라고 보면 심근경색에 의한 통증은 7, 8 수준이다. 환자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에 시달리며 호흡곤란 상태에 빠진다.

가끔 가슴을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은 심근경색 때문이 아니라 근육, 신경 계통의 문제일 가능성이 더 높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통증은 30분 이상 지속된다.

통증이 5분 이상 계속될 때는 일단 심근경색을 의심할 수 있다. 구토를 하거나 실신하는 일도 벌어진다.

뇌중풍, 심근경색은 10분이 지나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응급처치를 해 줄 수 있는 큰 병원으로 바로 가는 것이 좋다.

심근경색 환자 중에는 이송 중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송 중 구급 처치를 해 줄 수 있는 119구급대를 이용하도록 한다.

(도움말=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박진식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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