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시차 부적응’ 샐러리맨 생체시계 고치려면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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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5분 ‘해바라기’하면 생체리듬 때르릉

회사원 이형석(33·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씨는 거의 매일 오후 11시까지 일하고 퇴근한다. 잦은 야근 때문에 피곤해서인지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낮에는 하루 종일 기운이 없고 졸린다.

밤을 낮처럼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할인마트나 대형 쇼핑시장은 한밤중에 쇼핑하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음식점과 유흥시설들이 올빼미족의 생활 패턴에 맞춰 영업시간을 늘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더욱 늦어진다.

밤에 활동하고 빛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면 생체 리듬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오상용 한강성심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밤에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신체 호르몬 체계가 삐거덕거리면서 사회적인 시차 부적응 현상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 도시인 생체 리듬은 자연리듬보다 3∼5시간 늦어

원래 사람은 낮에 신체활동을 하고, 밤에는 수면을 취하도록 유전자가 프로그램돼 있다. 이를 ‘생체시계’라고 한다.

생체시계는 빛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가는 도시 직장인은 전기 조명이 생체 리듬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직장인의 생체 리듬은 일출과 일몰에 의한 자연 리듬보다 3∼5시간 늦기 때문에 계속 낮 상태로 인식하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진다. 이 때문에 밤에 잠들기가 어렵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간호사, 택시운전사, 24시간 매장 직원 등 야간 근무를 주로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수시로 생체 리듬이 바뀌기 때문에 소화 불량에 시달리거나 면역력이 약해져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심장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40%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오 교수는 “생체 리듬이 무너지면 수면과 관련된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고 불면증, 우울증 같은 질병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은 생체 리듬이 깨지면서 오히려 집중력이 무너질 수 있다.

○ 휴일 늦잠보단 일찍 자야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방법은 운동을 하거나 식사 습관을 개선하거나 수면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빛을 잘 이용한다면 최대 2시간 정도 생체시계를 앞뒤로 조절할 수 있다.

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한다. 멜라토닌은 어두워지면 서서히 분비가 시작된다. 이로 인해 몸이 피로를 느끼면서 잠자리에 들게 된다.

아침에 조명을 모두 켜고 실내를 환하게 한 상태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으면 생체시계가 일찍 돌아간다.

반면 이 시간에 달리기 등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생체에 광선을 차단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되므로 생체시계가 후퇴한다. 따라서 처음 햇빛을 보는 30분 동안은 되도록 힘든 운동보다는 가벼운 걷기 정도가 좋다.

어긋난 생체 리듬을 다시 찾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몇 가지 주의사항만 지키면 훨씬 빨리 규칙적인 생체 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

늦게까지 일하더라도 기상 및 식사 시간을 매일 일정하게 하는 것이 좋다.

아침에 몇 분간이라도 창문을 열고 햇빛을 받는다. 운동 부족이 되지 않도록 하루 3회 3∼5분 허리 목 팔 다리 스트레칭을 한다.

만약 주중에 수면이 너무 부족해서 주말이나 휴일에 보상하려고 한다면 늦잠을 자는 것보다는 평소 수면 시간보다 1, 2시간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미지근한 물에 가벼운 샤워를 하고 햇빛을 커튼으로 가린 뒤 수면에 좋은 조용한 음악을 틀면 도움이 된다. 15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일어나 다른 방에서 책을 읽으면서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수면 부족을 계속 느낀다면 짧게 낮잠을 자는 것이 좋다. 오후 1∼2시에 10∼20분 낮잠은 육체적인 피로를 푸는 데 효과적이다. 그 이상의 낮잠은 야간 수면을 방해해 수면 주기에 영향을 미친다.

○ 교대 전보다는 직후에 자는 게 좋아

야근이나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여성의 경우 유방암 증가와 불임의 원인이 되고 생리 불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들이 나올 정도로 생체 리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홍범 을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대개 1시간 시차를 극복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면서 “따라서 교대 근무를 하게 되면 그 간격을 한 달 이상 길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만약 3교대를 한다면 교대 근무 순서도 시계 방향대로 주간-오후-야간 근무 순서로 정하는 것이 생체 리듬상 좋다. 야식을 먹으려면 기름기 있는 음식은 피하고 가볍게 먹는 것이 좋다.

교대 근무자는 근무 전보다는 직후에 잠을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근무 직후의 수면은 근무 시간 동안의 피로를 풀고 수면의 리듬을 규칙적으로 만들어 준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할 때는 되도록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짙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게 좋다.

이진한 기자·의사 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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