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이, 칫솔질-치약만 바꿔도 ‘한기’ 막는다

  • 입력 2007년 10월 8일 03시 00분


김모(45) 씨는 가을철 쌀쌀한 날씨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고 몸살에 걸렸다. 김 씨는 몸살 기운이 있거나 피로가 쌓일 때마다 이가 시리고 잇몸이 간질간질한 증상을 겪고 있다. 김 씨는 풍치, 즉 잇몸 병을 가지고 있다. 몸살 때문에 잇몸이 부으면서 평소 숨어 있던 잇몸 병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시린 이는 증상이 나타날 때 바로잡지 않으면 평생 달고 살거나, 나이가 들어서도 고생하게 된다. 이가 시린 사람 중에는 잇몸 병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아 마모 등 다른 원인도 시린 이 증상을 유발한다. 시린 이의 다양한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좌우로 문지르는 칫솔질 시린 이 만들어

별 생각 없이 좌우 또는 앞뒤로 벅벅 문지르는 칫솔질은 십중팔구 시린 이를 만든다. 치아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법랑질이 벗겨지면서 안쪽에 있는 상아질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단단하고 질긴 음식물을 즐기거나 잠을 잘 때 이를 갈아도 치아 표면이 닳는다. 이를 갈아서 생긴 시린 이는 주로 송곳니나 작은 어금니 부위에 많이 생긴다.

이가 심하게 닳지 않은 경우에는 시린 이 전용 치약을 쓰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 이 치약은 치아에 난 미세한 구멍을 막아 외부 자극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이가 많이 닳은 경우에는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모된 이를 얇은 막으로 덧씌워 주거나 치아 색깔과 비슷한 재료인 복합레진으로 마모 부위를 때우기도 한다. 이도 저도 듣지 않을 때는 신경치료를 받는다. 이갈이 습관을 바로잡으려면 닳은 치아에 적절한 보철물을 끼워 치료한다.

미백치약 마모제 성분에 이 표면 닳아

누런 이를 희게 만들어 준다는 미백 치약을 이용한 후 이가 시리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치약은 연마제, 마모제, 향료 등으로 구성된다. 미백 치약에는 마모제 성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너무 오래 또는 자주 사용하면 이 표면이 닳기 십상이다. 굳이 사용하려면 부드러운 칫솔과 함께 이용하도록 한다.

치과에서 스케일링이나 미백 시술을 받은 후 시린 이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스케일링으로 치석을 제거하면서 깨끗한 이 뿌리 부분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또 미백치료는 화학물질로 이의 색소를 빼는 원리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치아의 탈수 현상이 일어나면서 이가 시리다는 느낌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케일링 후 생긴 시린 이 증상은 1, 2주 내에 사라진다. 또 미백 시술 때문에 생기는 시린 이는 미백제 적용 시간을 조절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잇몸 부으면 찬물-단 음식에도 시큰

잇몸에 탈이 생겨도 이가 시리다. 잇몸을 보호해 오던 이 뿌리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잇몸이 부으면 치아와 잇몸 사이에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이때 상아질로만 덮여 있는 치근이 드러나 찬 음료수, 신 과일, 단 음식을 먹거나 찬 바람을 맞으면 시린 느낌을 받게 된다.

잇몸 병이 악화되면 잇몸 병 유발 세균들이 독성 물질을 내뿜기 때문에 먹거나 마시는 자극이 없어도 이가 시리다.

잇몸 병 치료는 일단 스케일링을 통해 독소를 내뿜는 치석(齒石)을 제거하고 드러난 이 뿌리를 매끄럽게 다듬어 나쁜 요소들이 잘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염증이 있는 잇몸 조직은 떼어 내거나 입천장에서 일부 조직을 떼어 잇몸에 이식하기도 한다.

잇몸병을 예방하려면 치태(齒苔·플라크)와 치석을 제거해 줘야 한다. 치태는 입속의 세균이 이에 달라붙은 것이고, 치석은 치태가 모여서 딱딱하게 굳은 것이다. 매일 칫솔질로 예방할 수 있지만 딱딱한 치석은 치과에서 스케일링으로 제거해야 한다.

(도움말=김태일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조교수, 이우철 서울대치과보존과 조교수)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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