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비리 감추려다 醫-政커넥션 노출?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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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대한의사협회의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한 자료를 담은 상자를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대한의사협회의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한 자료를 담은 상자를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의 정치권 로비 발언의 실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석연치 않은 법인카드 사용 명세 등 장 회장의 돈 씀씀이가 드러나고 있는가 하면 돈 로비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익단체장의 개인 비리와 함께 정치권에 대한 뿌리 깊은 로비 구조가 한꺼번에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개인 비리설=의협의 전 간부는 “개인 비리가 정치권 로비로 불똥이 튄 것”이라며 “투명하지 않은 비용 처리 등 장 회장의 석연치 않은 행동이 사태의 발단”이라고 전했다. 의협 회원들은 지난해 12월 장 회장을 공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하는 등 이번 사건 이전부터 장 회장의 돈 사용처를 문제 삼아 왔다.

실제로 지난해 의협 감사 보고서에 나타난 장 회장의 법인카드 사용 방식은 독특하다. 수백만 원대 고액의 경우 매출 전표 승인을 취소시킨 뒤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승인받되 2장으로 액수를 쪼개 결제했다.

지난해 8월 특별 감사를 했던 의협의 한 간부는 “전표에 카드 승인 날짜가 없는 경우도 있었고 간이 세금계산서만 있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회계사가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라고 전했다.

한편 장 회장은 자신이 쓴 돈의 출처에 대해 “의정회비”라고 설명한 뒤 “의정회비에서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월 600만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22일 59차 정기 대의원 총회에 보고된 의정회 회계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의정회는 장 회장의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1일부터 9개월 동안 6억4100여만 원을 지출했으며 이 중 2억7200만 원가량은 증빙 자료 없이 현금이나 수표로 인출한 것이다.

감사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증빙 자료가 첨부된 것의 상당액도 회원 의사나 특정 단체(동문회) 등의 개인 계좌로 지출되었다”며 “또 개인 용도의 상품권 등 사적으로 과다하게 사용된 것도 많았다”고 전했다.

의협 관계자는 “장 회장은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은 지출이 너무 많다고 추궁받을 때마다 ‘영수증을 첨부할 수 없는 로비에 사용했다’고 얼버무려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돈이 정치권으로 직접적으로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미지수다. ▽주목받는 의정회=의협 감사단은 또 보고서를 통해 ‘장 회장 취임 이후 의정회 업무가 규약 위반으로 시행된 적이 있으며, (의정회비가) 사금고화한 비자금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의정회가 본래 목적에 부합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결론 났다”며 폐지를 권고했다. 장 회장은 지난해 8월부터 의정회 회장 직도 겸해 왔으나 의협 회원들이 장 회장의 자금 사용 방식 등에 반발함으로써 12월 9일 사퇴하는 바람에 겸직 기간은 4개월에 그쳤다.

의정회는 의협 산하 단체다. 1970년 ‘대한 의정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했으며 1999년 의약 분업을 거치면서 로비력 강화 등을 위해 ‘한국 의정회’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조직을 정비했다. 의정회는 회원의 연회비 4만∼6만 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 장회장 의원 후원금은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원금 명세에 따르면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은 2004년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과 열린우리당 김교흥 의원, 2005년 의협 회장 출신의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에게 각각 500만 원의 후원금을 냈다.

안 의원 측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장 회장이 의협 회장이 된 뒤에는 후원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구가 인천(서-강화갑)인 김 의원은 “그 분이 인천 출신이며 총선 전 선배의 소개로 후원금을 받은 것이다. 의협 회장이 된 뒤에는 교류가 없었다. 상임위원회도 보건복지위원회를 거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지난해 의협 회장이 된 뒤에는 본인 명의의 후원금을 내지 않았다. 그 대신 김성오 의협 총무이사는 2006년 의사 출신의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에게 300만 원의 후원금을 냈다. 안 의원 측은 “개인적 차원의 후원이다. 상임위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거론된 의원들 반박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의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해 로비 대상으로 거론된 국회의원들은 25일 일제히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1000만 원인가를 후원금 계좌에 보냈다는 것은 사건이 일어난 뒤 알았다”며 “후원금은 소액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의협 정기총회에 참석해 달라고 해서 열린우리당 위원장과 함께 가 현안에 대해 공치사로 말을 한 것일 뿐”이라며 “장 회장과 식사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편 의협 소속 의사 9명이 2005년 11월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에게 100만 원씩 모두 900만 원을 후원금으로 냈지만 배 의원이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배 의원 측은 통화에서 “이들이 후원회 계좌 입금 사흘 뒤 신분을 밝히는 팩스를 보내와 뒤늦게 입금 사실을 알았고, 당시 폐기물 관련법 개정안이 의료계와 이해관계가 있어 오해의 소지를 없애려고 계좌를 파악해 모두 돌려줬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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