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결과? 이젠 UCC에게 물어봐야…

  • 입력 2006년 11월 20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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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2.0시대 UCC와 2007년 한국대선

웹 2.0 시대, 미국 중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UCC(User Created Contents)가 한국의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례1

미국 중간선거에서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버지니아 주. 선거 초기 공화당 조지 앨런 상원의원은 경쟁자인 민주당 짐 웹 후보의 지명도가 낮아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앨런 의원이 지난 8월초 거리유세 도중 인도계 민주당 지지 청년(20)이 자신을 끈질기게 근접 촬영하는 것을 보고서는 “저 친구는 원숭이(macaca)로군”이라고 말한 사건을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앨런 의원의 이 발언 장면 동영상은 미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랐고, 곧 인종차별 논란이 일어나며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앨런 의원은 일주일 만에 공개사과까지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떨어지는 지지율을 붙잡기는 어려웠다. 앨런 의원의 지지율은 오차 범위 내에서 간신히 우위를 지키는 수준까지 추락했고 혼전 상황에 치러진 투표 결과는 낙선이었다.

#사례2

미국 몬태나주의 민주당 존 데스터 후보 선거운동본부는 케빈 오브라이언이라는 20대 비디오 작가를 고용해 공화당 후보인 콘래드 번스 상원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찍게 했다. 지난 8월 17일 몬태나 육류가공단체가 주최한 농장법안(Farm Bill) 공청회에서 번스 의원은 졸음을 참지 못하고 10초가량을 졸았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케빈의 카메라는 어김없이 돌아갔고 ‘번스 의원의 낮잠시간(Naptime)’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으로 곧바로 유튜브에 올려졌다. 조회 수는 단 몇 일만에 10만 건을 육박했고 블로그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투표 결과 존 데스터 후보는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고 1%(2847표) 차이로 승리했다.

미국 중간선거의 판도를 가르는 일련의 사건들은 UCC의 힘을 보여준다. UCC란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이 직접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시민이 직접 생산한 영상 콘텐츠가 정치적 이슈를 생산하고 여론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UCC는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정치평론가들은 UCC 열풍에 대해 “정치인이 TV 방송에서 기성의 이미지만 팔던 시절은 갔다”, “정치인은 24시간 몸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텍스트를 바탕으로 했던 인터넷 소통 시대를 넘어 동영상 이미지 전달 시대가 열리면서 일대 ‘혁명’적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2년 대선을 통해 ‘인터넷의 파워’를 체험한 바 있다. 그렇다면 2007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웹 2.0 시대에 등장한 UCC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정치권은 UCC를 통한 뉴미디어 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UCC를 통해 정권을 창출하라!’

정치인들을 비롯해 대권주자들은 인터넷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각 정당은 인터넷 홍보 전략을 강화해 왔다. 또 대권 주자들도 몇 년 전부터 누리꾼들과의 소통을 위해 홈페이지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며 사이버 홍보 담당자를 따로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대선후보 캠프와 팬클럽에서 미국 중간선거를 거울삼아 ‘UCC 전문가’를 영입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어 직접 확인해봤다.

우선 UCC와 관련해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곳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형성된 정치인 ‘팬클럽’ 모임이다.

최근 친노 계열 의정 모임인 ‘국민참여 1219’에서 UCC를 도입하는 홈페이지 개편작업 통해 ‘노사모’ 부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국참은 ‘무기고 그 새로운 이름을 찾아라’라는 이벤트 통해 TVㆍ동영상·플래시·언론보도대응·콘텐츠 생산 아이디어 등을 공모하며 UCC 활성화를 통한 ‘정권재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기존 논객중심의 정치 웹진 모습을 탈피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특히 국참은 노사모 바람을 일으켰던 명계남ㆍ이기명 씨가 포진해 있고 안희정ㆍ신계륜 전 의원 등 선거 전략가들의 참여 가능성 때문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권주자 지지자 모임에서도 새로운 UCC 전략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나라당 ‘빅3’ 그룹은 신경전도 치열하다.

◇박근혜 = ‘박사모’ 대표 정광용 씨는 CF 감독 출신이며 회원들 중에도 영상 전문가들이 여럿이다. 조직 기반 역시 다른 팬클럽 보다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대표는 “박사모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결집 된 모임이고 회원들이 새로운 인터넷 환경 변화에 그 누구 보다 빠르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동영상 콘텐츠는 이미 다양하게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박사모 게시판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찍은 박근혜 전 대표의 바자회 동영상이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올라오고 있다.

◇이명박 = ‘명박사랑’은 UCC 대책을 관장하는 누리꾼 팀을 결성했다. 임혁 대표는 “로그송이나 영상 전략은 이미 세워져 있다”며 “다만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명박사랑의 전략은 노사모와 박사모에서 먼저 UCC를 내놓아 화제가 되고 선관위의 유권해석까지 받으면, 후발로 더 크게 ‘터뜨린다’는 것. 임 대표는 “노사모, 박사모 측의 움직임도 보고 받고 있으며 선거법과 페어플레이의 틀 안에서 UCC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 손 전 지사 지지자들 역시 대학생 기자단을 구성하고 적극적인 UCC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손 전 지사 캠프 손인기 사이버 담당 팀장은 “지지 모임에서 대학생 기자단을 구성하겠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캠프에서 직접 관여할 부분은 없다”며 “지지자들의 자발적 활동으로 생산된 콘텐츠가 좀 더 쉽게 활용될 수 있도록 홈페이지 공간을 마련해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건 = ‘우민회’ 측은 아직 UCC에 대응에는 부진한 상황이다. 우민회 관계자는 “지지 연령층이 40~50대로 높은 편이라 텍스트 위주의 논객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앞으로 젊은 층이 보강되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 전 총리 캠프 측에서는 ‘공식적으로는’ 특별한 준비는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우리도 준비 할 만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 = UCC에 대해 정 전 의장 측은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정 전 의장의 과거 ‘노인 비하 발언’ 때문이다. 이 사건은 17대 총선 당시 한 일간지 대학생 동영상 기자단에서 촬영해 알려졌고, 전 전 의장을 비롯해 열리우리당은 상당한 곤혹을 치러야 했다. 정동영 캠프의 싱크탱크인 ‘21세기 나라비전연구소’ 이재경 실장은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에서 UUC 전략 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웹 2.0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전략들이 신중하게 논의 되고 있다”고 말했다.

UCC, ‘이미지 정치 심화’ vs ‘정치무관심 극복’

정치ㆍ미디어ㆍ언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UCC가 ‘이미지 정치’의 역기능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인터넷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영석 교수는 “미국의 60년대 한국의 80년대 후반 TV가 대중화되면서 ‘이미지 정치’라는 것이 등장했다. 영상매체를 통해 이미지 정치는 이미 검증된 바 있다”며 “2007년 대선에서는 UCC의 활성화로 그런 이미지 정치의 역기능이 굉장히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UCC는 국민 모두가 뉴스메이커가 되고 감시자가 된다는 긍정적인 면은 있지만 본질 보다는 표피적인 것에 의해 정치인과 정책이 평가되고 결정되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이용환 교수(디지털미디어 담당)는 “지난 2002년 인터넷 미디어 파워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사람들이 굉장히 열광했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다르다”며 “소위 ‘카더라’ 통신이 인터넷에 확산되고 사람들은 출처 불명의 정보에 많이 지쳐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 신뢰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UCC의 등장은 인터넷 정보 환경이 재충전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동영상은 문자와 비교할 수 없는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상의 힘은 ‘실존적 증거주의’가 바탕이 되고 있다. 영상ㆍ오디오ㆍ문자가 결합된 입체적 소통체계의 신뢰성은 문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UCC가 인터넷의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동영상 생산과 유통 그리고 관련법 등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동영상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지만 아직 제작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또한 미국의 UCC는 유튜브라는 매체에 집중되면 영향력이 증폭 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다양한 사이트에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서 한국판 ‘유튜브’가 등장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뿐만 아니라 쌍방향 TV가 등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언론법은 신문ㆍ방송ㆍ통신 등으로 갈라져 있어 문제가 되고 있고 하루 빨리 관련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명호 교수는 현대정치의 최대 화두인 일반 대중의 ‘정치 무관심’의 극복 차원에서 이슈를 바라봤다. 그는 웹 2.0-UCC가 정치 무관심을 극복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정치인들의 접촉 기회가 없는 일반인들에게 UCC는 접근성을 높이고 정치 무관심을 관심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YTN 돌발영상이라든지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인 실수, 사생활 같은 것은 흥미를 끌 수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후보자 입장에서도 자신을 옹호하거나 적극적으로 알리는데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의 UCC 콘텐츠 제작과 유통은 선거법 관리 대상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선거관리위원회 손봉섭 교수팀장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등장한 것과 같은 UCC는 일종의 인터넷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어 선거법상 관리대상”이라며 “선거운동 기간에는 비방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라면 유권자들의 UCC 참여가 가능하지만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기간에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UCC는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 환경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최근 다음ㆍ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들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다음은 메타블로그와 올블로그 등 기존의 UCC 전문 사이트와 제휴를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새로운 분야의 웹오피스 UCC 개척에 나섰다. 웹오피스는 기존의 PC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아도 웹상에서 다양한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신 개념 서비스다.

국내 대표적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판도라TV’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해 MSN 메신저를 통한 실시간 동영상 채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UCC 원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는 최근 100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유튜브’ 신화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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