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속의 性이야기]열여덟 총각의 ‘요’상한 비명

  • 입력 2006년 10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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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래환자 진료 시간이 끝나갈 즈음 나타나는 단골 총각(?) 환자가 있다. 지난봄 요도를 다쳐 6개월 이상 요도 확장 시술을 받고 있는 고교생 유모 군이다.

유 군은 학교 체육시간에 뜀틀을 넘다가 회음부를 다쳐 요도가 파열됐다. 요도는 얇은 점막으로 둘러싸인 튜브와 같은 조직이다. 이것이 싸움이나 운동 시 충격을 받으면 말 그대로 터져 버리거나 찢어져 버린다.

요도가 차츰 아물며 원래 모양대로 복구되면 좋겠지만 대개 흉터가 남으면서 내경이 좁아져 협착이 된다. 심하면 소변이 전혀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좁아진다.

유 군은 흉터 없이 잘 아물겠지 하고 방심하다가 결국 요도 협착이 생겨 재수술을 했다. 재수술 이후에도 일주일에 세 번씩 고통스러운 요도 확장술을 받고 있다. 끝이 꼬인 쇠꼬챙이 같은 것을 요도에 굵기별로 차근차근 집어넣으면서 서서히 요도의 굵기를 넓히는 고통을 견디기란 쉽지 않다.

요도 확장술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고생이다.

건장하게 생긴 열여덟 살 총각이 헤헤거리다가도 요도 확장술을 시작하면 온갖 신음소리를 낸다.

“교수님, 교수님. 으∼으…. 아파요. 으∼악! 교수님, 저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지금 요도 확장기 몇 번까지 들어갔어요? 앞으로 저더러 병원에 자꾸 오라고 그러지 마세요.”

20∼30분 동안의 시술이 끝난 뒤 유 군은 침대에서 내려오며 말한다. “교수님, 근데 궁금한 거 있어요. 교수님, 원래 남자였죠?”

요도 협착은 대부분 공사장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거나 또는 맨홀에 빠지면서 회음부에 상처를 입을 때 흔히 발생한다.

요도 협착이 심하면 수술로 확장을 해 줘도 자꾸 재발하기 때문에 평생 고생하기도 한다.

비뇨기과 의사들은 젊은 요도 협착 환자를 보면 가슴 아파한다. 원기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하며 인생을 즐겨도 모자랄 나이에 순간의 사고로 남들이 전혀 짐작조차 못할 고통으로 평생 병원을 맴돌기 때문이다.

“유 군!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어. 내가 아무리 좋아도 말이지.”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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