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하는’ 고릴라…막대기 이용해 물깊이 재는 모습 촬영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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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가 수학적 사고도 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사진 제공 플로스 바이올로지
고릴라가 수학적 사고도 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사진 제공 플로스 바이올로지
고릴라가 야생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미국 야생보호협회 토머스 브로이어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가을 아프리카 콩고의 한 국립공원에서 야생 고릴라 두 마리가 기다란 나무막대기를 이용하는 장면을 각각 촬영하는 데 성공해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그동안 우리에 갇힌 고릴라가 먹이를 빼내기 위해 돌멩이를 던지거나 막대기를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됐지만 야생 고릴라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은 발견된 적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초 연구팀은 레아라는 이름의 암컷 고릴라가 물웅덩이를 건너가는 장면을 관찰했다.

처음에 레아는 물이 허리까지 차자 되돌아왔다가 1m 길이의 막대기를 갖고 물에 다시 들어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고릴라가 막대기로 물의 깊이를 재면서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게 아닌가.

한 달 후 연구팀은 에피라는 이름의 암컷 고릴라가 나무막대기를 이용해 중심을 잡는 장면도 포착했다. 에피는 나중에 이 막대기를 질퍽거리는 땅을 건너는 다리로 이용하기도 했다.

고릴라와 달리 침팬지는 흰개미를 사냥하기 위해 개미굴에 기다란 막대기를 집어넣거나 딱딱한 열매를 깨기 위해 돌멩이를 자주 사용한다.

그동안 고릴라가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야생서식지에 비교적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돼 왔다.

이번 발견은 고릴라가 머리로 계산을 하고 추상적인 사고를 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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