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5년 3월 31일 19시 2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유엔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밀레니엄 지구생태계 보고서’에서 생태계 파괴와 빈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서 이처럼 주장했다. 생태계 파괴가 인류의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엔이 전한 가난한 나라들의 상황은 예상대로 심각했다. 2001년을 기준으로 10억 명 이상이 하루 1달러 이하의 수입으로 삶을 꾸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농사를 짓거나 목축을 하는 등 오로지 자연에 의지하는 삶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재앙은 이들을 먼저 희생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주로 건조지역에 사는데 하필이면 가뭄 등 기상재해가 이 지역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는 것. 주민들은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하수를 남용하고, 숲을 농경지로 개간하고 있으나 인구 급증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농경지도 지구온난화로 점점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생태계 파괴의 여파로 가난한 나라들이 더욱 궁핍해지고, 궁핍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역설적으로 생태계를 더욱 파괴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탓에 지난 40년 동안 농경기술 발달과 개간 등으로 1인당 식량생산량이 꾸준히 늘었음에도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는 오히려 많아졌다.
유엔은 2000∼2002년 8억5200만 명이 영양부족 상태인 것으로 추정했다. 1997∼1999년 실태조사 때에 비해 3700만 명이 늘었다.
이에 따라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불평등도 매우 커졌다. 예를 들어 최빈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자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보다 5세 이전에 숨질 확률이 20배나 높다. 10년 전에는 격차가 이토록 크지 않았다.
결국 1990년대를 거치면서 가난한 나라를 중심으로 21개 국가에서 삶의 질이 오히려 떨어졌다. 이런 탓에 이들 나라에서는 내전과 기아 등이 빈발한다고 유엔은 설명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