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비웃는 인터넷 음란물… 심의 뒤엔 모자이크 지워

  • 입력 2005년 3월 27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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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형 포털사이트의 성인용 콘텐츠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는 이들 포털사이트가 파놓은 ‘음란의 웅덩이’에 수많은 청소년이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 희생자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검찰은 최근 성범죄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자꾸 생각나 공부할 수가 없어요”=올해 1월 초등학교 2학년인 B 군의 어머니는 평소에 비해 최근 전화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이상하게 생각했다. 전화국에 문의한 결과 ‘집 전화로 인터넷 성인사이트 이용료를 결제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B 군의 어머니는 “호기심 때문에 그랬다”는 아들의 손을 잡고 성폭력상담소를 찾았다. B 군은 어머니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성인사이트에 접속했다.

중학교 1학년인 C 양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접하고 난 뒤 변태적인 성행위 장면이 눈에 어른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컴퓨터만 켜면 계속해서 그런 장면만 찾게 된다고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 본부에 상담을 해 왔다.

경남의 한 고교에서 줄곧 전체 1, 2등을 다투던 D 군은 대학입시에 실패한 뒤 부모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독서실에 간다고 나가서는 PC방 등에서 하루에 3∼4시간 이상 음란물을 보느라고 시험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성 범죄로 연결?=컴퓨터와 초고속인터넷망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성 관련 범죄가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범죄 증가율이 10년간 29.7% 정도에 그친 반면 강제추행 범죄는 66.2% 증가했고 지하철 등 공공밀집장소에서의 추행 등을 포함할 경우 91.2%나 증가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일부 음란 동영상은 제작업체가 영상물 등급심의위원회에 ‘18세 이상 관람가’로 비디오용을 제작하겠다며 심의 신청을 했다. 제작업체들은 국부 등 주요 신체 부위를 가려 일단 심의를 통과한 뒤 ‘작업’을 거쳐 원본을 복구해 포털사이트 등에 공급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일부 업체는 일본에서 ‘일본 판매용’과 ‘한국 판매용’ 등 이중으로 제작해 한국 판매용으로 심의를 통과한 뒤 온라인 업체에 공급할 때는 적나라한 일본 판매용을 공급하기도 했다.

▽일단은 인증절차 보완을=검찰의 이번 단속에 대해 일부 네티즌 등을 중심으로 ‘검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업계도 허술한 인증절차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성인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이제 청소년들 사이에 ‘고전적인 수법’이 됐다.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위조하는 주민등록번호생성기를 이용해 성인사이트를 찾는 청소년도 많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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